르포 - 명품TV 만드는 평택 'LG전자 디지털 파크'
혹독한 테스트 거쳐야 상품화
1000가지 화질검사·컬러 체크
AI '알파9' 노이즈 제거 척척
어느 각도에서든 완벽한 화질
지역마다 맞춤형 소리 튜닝
할리우드 있는 北美, 풍성한 저음
유럽은 자연스러운 원음 선호
12개국 소비자 TV평가 1위
[ 고재연 기자 ]
지난 23일 방문한 경기 평택에 있는 LG전자 제조복합단지인 LG 디지털파크. 박유 TV화질팀 책임연구원에게 품질 관리의 기준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설거지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TV 화질을 관리합니다.”
LG전자에서는 화질 자동측정 시스템을 통과한 올레드 TV만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화질 측정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여덟 시간. 측정된 수치가 합격점을 받더라도 평균 이하면 불량으로 간주해 제품화하지 않는다. 이토록 엄격하게 화질을 관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 연구원은 “거실에 앉아 정면으로 TV를 응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엌에서 힐끔힐끔 TV를 보는 사람도 많다”며 “어느 각도에서 봐도 잘 보이는 TV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I로 똑똑한 화질 관리
화질을 관리하는 과정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는 것과 비슷했다. 2중 암막 커튼이 설치된 화질 측정실에서 연구원들이 높이 2m가 넘는 대형 장비에 TV를 부착했다. 그러자 장비가 천천히 좌우·상하·대각선 방향으로 720도 회전했다. 장비에 부착된 측정기는 디스플레이의 휘도(단위 면적당 밝기 정도), 명암비, 시야각, 색재현율 등 1000개 이상의 항목을 측정하고 분석했다. OLED TV는 LCD TV와 달리 3300만 개의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고 꺼지기 때문에 ‘완벽한 검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화질 자동측정 시스템을 더했다. ‘어느 각도에서도 잘 보이는 TV’를 만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의 힘도 빌렸다. 2018년형 올레드 TV에 처음 도입된 AI 화질엔진 알파9이 그 주인공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화질을 ‘알아서’ 찾아준다. LG전자가 TV에 GPU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노이즈를 제거해 더 현실에 가까운 화면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타사 OLED TV로 밤하늘의 달을 찍은 영상을 상영하자 달 주변에 등고선처럼 줄이 생기는 밴딩 노이즈가 발생했다. 영상을 송·수신할 때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압축해서 전송하고, TV가 이를 복원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영상이 깨지거나 화면에 등고선 모양의 줄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알파9은 이런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밤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이유다.
이 외에도 알파9은 사물과 배경을 분리해 적합한 명암비를 찾고, 채도를 조절해 사물의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눈에 보이는 듯한 소리
청각적 만족도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핵심은 디지털파크에 있는 무향실(無響室)이다. 10㎥ 크기의 정육면체 방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고요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흡음재가 ‘울림이 없는 방’을 만들어냈다. 2층 청음실은 올레드 TV 등에 적용된 입체 음향 시스템인 돌비 애트모스를 점검하는 곳이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듣자 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멀리서 비구름이 몰려와 머리 위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각각의 사물이 내는 소리를 공간 좌표로 표현해 입체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TV음질팀은 지역별 특성에 맞게 음향을 조율하기도 한다. 할리우드가 있는 북미 소비자는 풍성한 저음을 선호한다. 유럽은 자연스럽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좋아한다. 윤현승 TV음질팀 책임연구원은 “경적 소리 등 외부 소음이 많고 대가족이 함께 TV를 보는 인도는 소음에도 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출력이 큰 제품을 선호한다”며 “지역별로 맞춤형 소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수백 가지 소리를 테스트하고 튜닝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평택=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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