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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불편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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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불편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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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순 <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sslim@hwawoo.com >


인공지능의 발달은 편리함을 넘어 편안함으로의 통로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사실 ‘편리’나 ‘편안’은 상대적 개념으로 그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의 기술개발 속도를 보면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들도 대부분 쓸모없어지고 편안함의 기준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최근 어느 개인 블로그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료칸’ 서비스가 현대인 의식에 맞지 않아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손님의 잠자리까지 손수 돌봐주는 료칸 여주인의 친절이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손님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글에서는 다른 세계의 문화를 접할 때의 불편함과 그 속에서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수많은 전통문화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라져 간 현실 등을 지적했다. 또 사람 사이에서도 만남의 불편함을 통해 상대방과의 내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술했다. 글의 다른 내용도 좋았지만 특히 인간관계에 관해 기술한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도 사람을 직접 접촉하는 불편함을 피하려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자매체를 통한 오락의 인기는 다른 사람과 대면 접촉에서 오는 불편함을 피하고 자신이 자유롭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자 하는 게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TV 드라마 ‘웨스트 월드’는 로봇인간으로 가득 찬 가상도시(테마파크)에 돈을 내고 입장해 로봇인간을 상대로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가상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이런 드라마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 또한 자유롭게 상황을 지배할 수 있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상호 소통을 통해서만 삶의 진정한 기쁨과 가치를 인식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이 단절될수록 소외감은 커지고 인간 본연의 생명력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얼마 전 공개 강연 프로그램인 ‘테드(Ted)’에서 선천적 장애아를 둔 부모의 이야기를 접하고 감동한 적이 있다. 아이는 몸 전체가 마비된 상태에서 오로지 눈빛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한다. 부모는 아이가 맑은 눈빛으로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모습에서 커다란 희망과 위안을 얻는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이 누구이든 서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 이것이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작지만 소중한 가치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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