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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 그 틈에 활개치는 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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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정책 기점으로
지배구조 취약 韓기업 공격
기업 손발 묶는 '상법 개정' 땐
투기자본에 멍석 깔아주는 셈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할 때"



[ 장창민/김익환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지난 21일 잠정 중단된 단초 가운데 하나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다. 지난달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에 ‘반기’를 들고 본색을 드러내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헤지펀드들이 5% 이상 지분을 매입해 경영진 교체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최근 들어선 적은 지분을 쥐고 분할·합병 등 주총 안건을 흔들고 있다”며 “그들로선 ‘가성비’ 높은 공격으로 전환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헤지펀드 거드는 정부

전문가들은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의 틈을 파고드는 헤지펀드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중단은 적은 지분으로도 국내 기업을 위협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실상 첫 사례”라며 “국내 상당수 상장사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50%에 육박하는데, 이들 기업이 언제든 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활개를 치는 헤지펀드가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 중 하나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 경영에 개입한 사례는 106건으로 집계됐다. 2011년(10건)과 비교하면 6년 새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JP모간은 헤지펀드들이 최근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취약한 한국 등 아시아 지역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헤지펀드를 거들고 있는 모양새다. 엘리엇의 주장과 ‘통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요지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이다. 대부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일반 이사들과 분리해 뽑아야 한다. 대주주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이렇게 되면 지분 쪼개기(3% 이하)를 통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는 투기자본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감사위원에 앉힐 수 있다.

새로 뽑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한 명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집중투표제를 놓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집중투표제가 국내 기업 이사회에 외국 투기자본이 진출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미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해 집중투표제에 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재벌개혁=헤지펀드 육성?

2012년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놓은 시점부터 헤지펀드들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이름을 알린 엘리엇도 2012년부터 일찌감치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전략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해 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며 재벌개혁 강도가 높아지자 헤지펀드 공격이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0대 그룹 계열사 CEO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재벌개혁 정책이 결과적으로 헤지펀드에 먹잇감을 제공해온 셈”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할 게 아니라 해당 기업과 시장이 서로 교감해 자율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장창민/김익환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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