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외국인 이사들
3년간 5000억 조성 사업
동참하라는 요구에 불만
"사회공헌은 개별기업의 몫…
글로벌 표준에 어긋난다"
한국씨티銀, 부담 줄이려
기준 변경 등 동분서주
[ 김순신 기자 ]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돼 은행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회공헌사업이 외국계 은행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외국계 은행들이 예정에 없던 재원을 조달하려니 외국인 이사들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해서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 공동 사회공헌사업에 쓰이는 5000억원을 은행별 당기순이익 규모 기준으로 걷기로 결정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5000억원 규모의 은행 공동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5000억원을 세부적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 목적 펀드 3200억원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협약 보증 1000억원(신용보증기금 추가 출연) △전국 어린이집 20곳 설립에 300억원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사업 출연 500억원 등이다.
은행연합회가 주도해 은행들이 함께 하는 사업은 통상 회원 은행의 자산, 예금잔액, 당기순이익 등을 가중평균해 정한 경비분담률을 기준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번엔 기준이 당기순이익으로 바뀌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비용 분담 기준을 당기순이익으로 바꿔달라고 은행연합회에 요청했다”며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다른 은행장들에게 도와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장까지 나서서 기준을 바꾼 이유는 이렇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경비를 덜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은행연합회 경비분담률은 3.7%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산출한 분담률은 2.8%다. 공동사업 규모가 5000억원이면 기준 변경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의 부담은 185억원에서 140억원으로 45억원가량 줄어든다.
한 은행장은 “한국에만 있는 은행 공동 사회공헌사업에 대해 미국 씨티은행 본사가 글로벌 표준이 아니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행장으로선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한 임원은 “외국계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 공동사업은 말이 안 된다고 여긴다”며 “사실상 준조세로 여기는 그들의 판단에도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험사 중에서도 메트라이프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등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박 행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나 연합회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한국씨티은행이 참여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경비 분담 방식은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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