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코인 무리하게 상장…다단계 판매 의혹
빗썸, 정확한 상황 파악 중
국내 2위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15일 ‘팝체인’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빗썸이 폰지사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주는 금융사기 수법으로 다단계 사기를 의미한다.
빗썸은 자사 회원들에게 오는 17일 암호화폐 팝체인을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알렸다. 또 상장검토 보고서를 통해 “팝체인은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하는 유통 서비스 플랫폼”이라며 “콘텐츠 기업 THE E&M 출신 핵심 인력들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팝체인이 블록체인 3.0 기반이며 전략적 파트너사 THE E&M의 플랫폼인 팝콘TV와 셀럽TV를 활용하고 메인넷을 런칭해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빗썸의 보고서 내용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투자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검증되지 않은 신규 코인을 무리하게 상장시켜 다단계 판매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선 팝체인은 약 2주 전인 지난 4월 30일 20억개 토큰으로 생성됐다. 거래소 상장 전 통상적으로 하는 암호화폐공개(ICO) 작업도 거치지 않았기에 토큰을 보유한 계좌가 극소수로 제한됐다. 빗썸이 상장 계획을 발표할 당시 팝체인을 보유한 계좌는 18개에 불과했다.
특히 20억개에 달하는 전체 토큰의 91% 이상이 2개 계좌에 담긴 상태다. 한 사람이 여러 계좌를 가질 수도 있음을 감안하면 1인이 발행 토큰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따라서 해당 토큰이 거래소에서 판매된다면 피라미드식 다단계 구조를 지닐 수 밖에 없다.
ERC20 기반인 팝체인의 소스코드도 문제가 됐다.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에 공개된 팝체인 소스코드에는 비트코인, 모네로, 대시 등 기존 암호화폐들의 소스코드가 그대로 담겼다. 해당 암호화폐들의 카피라이트마저 들어있는 상태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들에서는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는 방식으로 베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팝체인 개발에 빗썸 캐시 개발진이 참여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빗썸 싱가포르 법인의 개발자 가운데 팀 리더인 Kwuaint Li, 엔지니어 Lialvin, 엔지니어 Su Mingrui 등이 팝체인에 관여하며 소스코드를 수정해왔다. 깃허브에는 이들 3명이 상위 컨트리뷰터로 등록됐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빗썸이 비트코인과 모네로, 대시 등의 암호화폐를 베껴 토큰을 만들고 상장해 투자자들을 상대로 폰지사기를 벌이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개발과 상장에 빗썸이 관여했고 전체 토큰이 1~2명의 보유자에게 있는 만큼 사기성이 짙다는 주장이다.
팝체인 상장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비판에 빗썸은 "비즈니스 모델 적절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해당 코인을 상장하려 했다"며 "시장의 우려를 받아들여 에어드롭은 기존대로 진행하고 팝체인이 글로벌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면 다시 상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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