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튀어나온 행인 추돌 사망
영상 보니 불가항력적 상황
[ 임락근 기자 ]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보행자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50대 트럭 운전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블랙박스 영상으로 불가항력적인 운전자의 상황을 입증한 덕분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김재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화물차 운전사 A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5일 서울 망우동의 한 도로에서 갑자기 차도로 나온 B씨(여·62)를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A씨는 좌회전하기 위해 4개 차로 중 2차로를 시속 30㎞로 주행하고 있었다. B씨는 정지 신호에 맞춰 차들이 멈춰서 있던 4차로와 3차로를 지나 2차로를 횡단하려다 A씨 차에 치였다.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로부터 40m 떨어져 있었다. B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8일 만에 숨졌고, A씨는 안전운전 의무 소홀을 이유로 기소됐다.
법원은 B씨가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를 갑자기 가로지른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였다’고 봤다. 운전자가 이런 사태까지 대비할 의무는 없다는 결론이다.
차량 블랙박스가 이런 결정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인지반응 시간에 1초 정도가 걸리는데 B씨는 3차로를 지나 0.44초 만에 A씨 차에 부딪혔다”며 “A씨가 B씨를 발견했더라도 충돌은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블랙박스의 생생한 영상 덕분에 법원이 운전자의 무과실을 인정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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