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병욱 기자 ]
지난 2월16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름조차 생소하던 비주류 종목인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스켈레톤 천재’로 불린 윤성빈.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스켈레톤에서 1위를 차지한 윤성빈 선수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동시에 스켈레톤이라는 스포츠도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윤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 생소했던 스켈레톤을 묵묵히 후원한 기업이 있다. 바로 효성이다. 효성은 올초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효성은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1월19일 조현상 사장과 강신성 연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후원 조인식을 열었다. 효성은 봅슬레이 및 스켈레톤 대표팀이 여러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후원금을 전달하고, 우수한 성적을 내는 선수에게는 포상금도 줄 계획이다. 또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 등 최첨단 신소재를 운동복과 기구에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조 사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불가능을 가능성으로 만들어 낸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동계스포츠 가운데 비주류 종목으로 분류됐다. 이름부터 생소하다고 반응하는 국민이 많았고, 경기 방식이나 용어도 일반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뚜렷하게 좋은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같은 종목은 유럽 및 미국 선수들의 놀이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열악한 훈련 환경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효성이 비주류 스포츠인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를 후원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스포츠맨’인 조 사장의 결단이 있었다. 조 사장은 초등학생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전국빙상대회에 출전해 메달까지 딴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고, 특히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을 후원하자고 적극 나섰다는 게 경제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 사장이 후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선수들과 국가대표 감독을 격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효성은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선수, 특히 윤 선수가 평소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쌓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효성 역시 대중에게 익숙한 소비재를 판매하지 않지만,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 1위 제품을 만들어 냈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소재 제품이 대표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묵묵하게 실력을 쌓아 경쟁자를 따돌렸다는 점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고 생각해 후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효성은 단순히 지원금을 내는 후원을 뛰어넘어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데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종목 특성상 기록 향상을 위해서는 선수뿐만 아니라 썰매도 중요하다. 최근 탄소섬유가 썰매 소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효성은 자체 개발한 탄소섬유를 활용한 썰매와 장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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