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고스란히 게임업체로
반사회적 인물로 낙인 찍히는 부작용도
# 지난달 27일 미소녀 모바일게임 내 로그인 화면이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가 극단적 페미니스트로 언급된 동료 작가의 해명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졌어서다. 작가는 "업체 측에서 '난 메갈리아와 관련이 없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릴 것을 제안해 거절했더니 일러스트가 교체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업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사안이어서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을 우선시하는 방향을 고수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엔 이날까지 1만7950명이 서명했다.
게임업계가 '메갈리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메갈리아는 이성 혐오, 약자 조롱 등 반사회적 활동을 조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말한다. 메갈리아가 시작된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는 현재 폐쇄됐지만 네티즌들이 '워마드'(우먼과 노마드 합성어)로 옮겨오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워마드는 홍익대학교 남성 누드모델 나체 사진 유출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게임업계의 메갈 논란은 의외로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게임에 사용된 캐릭터 또는 일러스트를 제작한 작가가 메갈 활동을 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 업체가 사실 확인을 거쳐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게임 캐릭터의 성상품화와 선정성은 다른 문제다.
극단적 페미니즘 활동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직접적인 활동을 벌였거나 논란이 된 이들의 의사에 동조한 활동(SNS 좋아요 등)이 문제가 되는데, 무분별한 낙인찍기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메갈 논란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게임업체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갈 논란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업체들은 갈수록 강경한 대응을 내놓고 있다. 일러스트를 하루 만에 교체해 성공한 소울워커(스마일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은 다른 산업과 달리 콘텐츠에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이미지가 쌓여 매출이 발생한다"며 "이미지가 중요한 게임 산업에서 특정 성향의 노출은 그만큼 치명적이라 대응이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업체들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업체들이 자본 논리를 앞세워 성급한 대응을 쏟아내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당사자 동의 없는 일방적인 조치는 반사회적 인물로 낙인찍는 행위로 해석되면서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 게이머 모임 한 회원은 "게임업계에서 메갈 논란이 많은 건 남성 이용자들이 여성 이용자들에 비해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며 "업체들의 입장도 이해간다. 먹고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렇다고 무책임한 요구에 동조해서는 안된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페미니즘과 메갈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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