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갈등 풀어낼 방법 찾고 싶어"
'꽃제비' 생활 4년… 2002년 탈북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만날 때
북한 인권 문제도 얘기했으면"
[ 주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북핵 폐기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도 얘기했으면 합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청와대 주최 국빈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던 이성주 씨(31·사진)는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 폐기 대가로) 북한 체제를 보장하고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대신 북한 정권에 ‘최소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라’고 말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영어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면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이 꼭 석방되도록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알겠네, 젊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그를 초청한 건 백악관이었다. 북한에서 먹을 걸 찾아 떠돌아다니는 ‘꽃제비’ 경험을 담은 그의 이야기 《Every Falling Star(한국어 번역본 ‘거리 소년의 신발’》가 2016년 말 재출간된 게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그는 추측했다.
그는 평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인민군 소좌(소령급)였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술자리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한 사실이 적발돼 온 가족이 함경도로 쫓겨났다. 이후 아버지는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자리 잡았다. 꽃제비 생활을 4년쯤 했을 때 아버지가 보낸 브로커가 찾아왔고, 이후 그는 중국을 거쳐 2002년 한국에 왔다.
이때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영어를 접했다. 그는 “한번은 길거리에서 ‘폭탄세일’이란 말이 적힌 전단지를 보고 백화점에 찾아가 ‘폭탄 어디서 파느냐’고 했다가 점원으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친구와 싸운 뒤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다 해외 동포를 위한 기숙학교인 부산 지구촌고등학교에 다니게 됐고 여기서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만난 게 큰 전환점이 됐다. 선생님은 그에게 ‘슈렉’ ‘니모를 찾아서’ 같은 애니메이션을 건넸다. 그는 “한 달에 한 편씩, 1년에 12편의 영화를 공부하고 나니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자신의 영어학습법을 소개한 《나의 1·2·3 영어공부》를 최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외무부 장학금을 받아 워릭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그가 쓴 학위논문의 핵심은 ‘강압외교로는 북한 핵을 막지 못한다. 봉쇄하되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였다. 그는 오는 9월부터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워싱턴DC 인근 조지메이슨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그는 “한반도 갈등을 풀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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