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시동 거는 현대그룹
全계열사 참여…매주 1회 회의
대북 제재 풀려야 경협 재개되지만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가동 등
7大 SOC사업 토대로 준비
北 '금강산 관광 독점금지법' 등
풀어야 할 과제 '수두룩'
[ 박상용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한 경제협력을 대비하는 태스크포스팀을 출범하고 대북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음달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금강산·개성 관광, 개성공단 운영 등 과거 현대그룹이 도맡았던 대북 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
현대그룹은 남북경협 사업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한다고 8일 발표했다. 현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팀을 진두지휘한다.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이백훈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은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총괄한다. 각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을 담당한다.
실무 조직은 현대아산의 남북경협 운영 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커뮤니케이션실 등 그룹과 계열사의 경협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다. 팀 규모는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임직원에게 “경협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계승해 나가자”며 “남북경협 사업 선도기업으로서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 재개를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태스크포스팀은 남북경협 사업의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매주 1회 정기 회의를 하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 회의를 소집한다. 우선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의 분야별 준비사항과 예상 이슈를 점검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호전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해제돼야 경협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지난 10년간의 사업 중단에도 흔들림 없는 의지와 확신으로 준비해온 만큼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 개성 관광 등 20여 년간 남북경협을 이끌어왔다. 2008년 한국인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관광객 206만 명(금강산 195만 명, 개성 11만 명)을 유치했다.
◆대북 7대 사업권도 관심
현대그룹이 보유한 대북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도 주요 관심사항이다. 현대아산은 2000년 8월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사업 등 북한 7대 SOC 사업개발 독점권을 확보했다.
북한의 핵심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권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회장은 “금강산·개성 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향후 7대 SOC 사업까지 남북경협 사업 재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에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은 현대그룹의 핵심역량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남북경협 사업의 구심점이 돼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아산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해결돼야 할 난제도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사업은 현대아산이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북한에서는 이집트 통신기업 오라스콤이 세운 고려링크가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2011년 6월 북측이 제정한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 법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현대그룹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경협이 본격화하면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측이 제정한 법적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며 “통신사업과 금강산 사업도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2002~2008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공사의 북측 구간에 대한 자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등 건설 인프라 분야에 직접 참여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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