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1) 기업의 존재와 생산결정
[ 정영동 기자 ]
옛날 한국의 어머니들은 주거지 근처 하천에서 빨래를 직접 했다. 추운 겨울날에도 손을 호호 불면서 빨래를 했다. 어머니들에게 삶은 고단의 연속이었다. 한국의 빨래터 모습은 1969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처음으로 세탁기를 생산하면서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부자들만 썼던 세탁기는 점점 대량생산 덕분에 누구나 쓸 수 있게 됐다.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밖에서 이뤄지던 가사 활동이 경제발전과 세탁기 등 가전제품 덕분에 집 안에서의 가사활동으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삶을 바꿔준 것은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업을 떠올리게 된다. 금성사라는 기업이 세탁기를 만들 계획을 세우지 않았더라면(다른 기업인이 했겠지만), 세탁기를 만드는 기술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지금도 추운 겨울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인들은 소비자가 소비활동을 통해 효용을 극대화하듯 이윤을 보고 투자, 고용, 생산 활동을 지속한다. 기업이 자선 사업가라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윤을 향해 나아간 결과, 인류의 삶과 생활수준도 향상됐다. 우리는 이를 흔히 ‘공진화(共進化)’라고 한다.
기업은 생산요소 시장에서 비용을 지급한 뒤 생산하고 시장에서 수입을 얻는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악으로 보고 이를 억누르면 기업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파산하면 세금,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기업에 투자한 은행과 개인들은 피해를 보며, 이를 지원하던 금융시스템도 부실화된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비용만 부담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윤은 주주배당, 미래사업 투자, 고용창출 등의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생산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이때 활용하는 개념이 ‘한계’ 개념이다. 한계수입이란 기업이 제품을 한 단위 추가적으로 판매할 때마다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말한다. 한계비용이란 기업이 제품을 한 단위 추가적으로 생산을 증가시킬 때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말한다.
경제학에서 다른 생산요소의 투입량이 고정된 상태에서 한 가변요소의 투입량이 일정 단위를 넘어서면 한계생산물의 한계적 증가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이를 ‘한계생산물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한계생산이 체감하기 때문에 한계생산에서 가격을 곱한 한계수입 역시 산출량이 늘어나면 체감하게 된다. 한계비용은 생산량이 일정한 점을 지나면 점차 체증한다. 한계수입이 한계비용보다 클때 기업은 생산을 늘린다. 하지만 한계수입이 한계비용보다 적을 때는 오히려 손실이 나기 때문에 생산을 중단한다. 기업은 ‘한계수입=한계비용’인 지점에서 이윤 극대화를 이루고 기업을 유지하며 사회에 기여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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