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경제를 잘했다”는 응답이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지난 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북(83%), 외교(74%), 복지(55%)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더욱이 “경제를 잘했다”는 응답은 취임 100일(54%), 취임 6개월(52%)에 비해 더 떨어졌다.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이름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논란투성이 정책들을 밀어붙인 데 대한 국민들의 의문, 좌절, 피로감이 확산된 결과일 것이다. 경기 둔화를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자리와 생산·설비 투자 등 각종 지표들은 적신호 일색이다.
그런데도 경제학자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학계의 기본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계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권력을 향한 쓴소리는 부담스러워 하면서 정치권 동향에는 귀 기울이는 ‘폴리페서’형 학자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현 정부 들어 학자들의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번 내부 토론에 그쳤을 뿐, 정책에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5명을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1140명이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보호무역주의를 공개 비판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1930년대 대공황이 심해진 배경에는 미국발(發) 관세 인상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경제학자들의 사명과 역할,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도 무방할 듯하다.
권력을 향해 쓴소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학자라면 자신의 소신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고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려 대안까지 제시하는 그런 용기를 보여야 한다. 그게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학계에서도 좀 더 건설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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