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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의 글로벌 Edge] 영국과 일본의 '생산성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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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영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4분기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치다. 올해 1% 성장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작 실업률은 4.2%로 1975년 이후 가장 낮다. 실업률이 이처럼 낮은데 GDP 증가율이 떨어지는 건 생산성 문제다. 이미 영국 생산성은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10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혁신성의 지표인 총요소생산성(TFP)은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 250년 만에 최저치다. 독일의 생산성이 영국보다 25%나 높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혁신의 대명사인 영국으로선 ‘최악의 참사’다. 영국 정부도 속 시원히 생산성이 낮아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생산성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다.

실업률 최저지만 생산성은 떨어져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GDP 증가율은 지난 4분기 0.4%(연율 1.6%)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실업률은 2.5%로 아주 낮다. 일본의 생산성 지수는 2월 기준 101이다. 지난해 평균치보다 훨씬 낮다. 저임금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갈수록 심각하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12~2016년 간호 등의 분야에서 생산성이 3.8% 떨어졌으며 업무지원 서비스 분야도 9.5%나 하락했다.

영국과 일본은 인구 구조는 물론 경제 구조도 다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은 27.7%지만 영국은 15% 내외다. 일본 취업자의 60%가 이들 고령자의 일자리로 만들어지고 있다. 주로 보건사회나 복지사업이다. 사무를 대행하는 업무지원 서비스도 대폭 늘고 있다. 모두 저임금 서비스업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오히려 28만 명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낮아진다.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걸림돌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영국을 점점 빠져나간다. 이에 반해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 등으로 자금난이 나아진 ‘좀비 기업’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도태될 기업이 도태되지 않은 것이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두 나라의 공통점도 눈에 띈다. 우선 글로벌 가치사슬로 엮인 세계 분업 구조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사라 고든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영국은 독일처럼 세계 공급망 가치사슬에 노출돼 있지 않다”며 “고객 수요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일본도 글로벌 사슬에 많이 약하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사슬·개방성이 관건

해외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브렉시트는 이민자 문제로 촉발된 것이다. 일본도 해외 인재를 받아들인다고는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최저임금을 인상한 국가들이란 점도 같다. 영국은 2015년에 최저임금을 직종별로 차등을 둬 올렸다. 일본 또한 지난해 최저임금을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압력은 높아졌지만 생산성은 뒤따르지 않았다.

영국과 일본은 생산성 신화를 낳았던 국가들이다. 두 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지금 경제가 근본부터 바뀌는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 영국은 웨어러블이나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일본 또한 다양한 로봇 개발로 이를 메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자동화나 사무자동화가 전부는 아니다.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메울 방도가 없다. 종신고용을 유지하고 여성의 일자리에 인색한 데 대한 반성이 일본에서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은 더구나 글로벌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민함과 유연성, 신뢰성 등이 생명이다. 사회가 더욱 개방적이어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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