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 무기획득 기간 단축… 사업관리도 민간에 맡겨야
기업 중심 R&D·비전투 분야 민영화로 일자리 창출 유도
'방산 지식 공유 프로그램' 신설, 수출선 다각화 도와야
안영수 < 산업연구원·선임연구위원 >
'4·27 판문점 선언'과 국방·방산개혁
‘4·27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에 평화 체제 정착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남북한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은 지 115일 만이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가히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마련한 만큼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단계적 군축’이 포함돼 있어, 현재 국방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방(國防)·방산(防産)개혁 내용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남과 북은 이번 판문점 선언을 통해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는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軍縮)을 실현”할 것을 천명했다.
정부는 국방 분야 국정과제인 ‘강한 안보’와 ‘책임 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국방개혁 2.0’을 추진하고 있다. 10년 이상 사문화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2006)’을 정상 가동하기 위한 액션 프로그램인 셈이다.
기본 방향은 강력한 대북(對北) 군사적 대응능력 구비, 저(低)출산에 따른 병력자원 감축 대응, 육군 중심 군 인력·예산 구조의 혁신, 그리고 국방 문민화(文民化)를 추진하는 데 있다. 개혁 추진을 위해 청와대는 ‘국방개혁 비서관’을 신설했으며 국방개혁 태스크포스(TF)와 민간위원 중심의 자문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국방부에선 국방개혁추진실이 중심이 되고 있다.
국방 개혁의 핵심 내용은 △작지만 강한 전투 중심, 병력 중심에서 기술·장비 중심 △육군 중심에서 육·해·공군 3군 간 균형 군대로의 재편 △합동참모본부의 역할과 기능 강화 △대북 선제 타격 등 한국형 3축 체계(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 조기 구축 △국방 문민화 등이다.
3軍 균형 및 전투형 군대로 개편
구체적 방안은 현재 60만 명이 넘는 군인 수를 50만 명으로 줄이고, 약 50만 명에 달하는 육군의 약 20%를 감축한다. 또 외부기관 파견 병력을 복귀 조치하는 것과 더불어 30여 개에 달하는 국방부 직할부대를 대폭 축소·조정해 전투 분야로 전환 배치한다. 이 같은 병력 및 부대 축소·조정에 따라 430여 명에 달하는 장군도 100명 정도 줄이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사업부 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같다.
또 첨단 기술·장비 중심의 군대 재편과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위해 올해 국방비와 방위력개선비를 전년 대비 각각 7.1%, 10.7% 늘리는 등 향후 4년간 7~8%씩의 국방비 증액계획도 내놨다. 이는 지난 수년간 국방비 증가율이 3~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약 2배 많은 수준이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한반도 평화 원칙을 적극 실행하기 위해서다.
국방개혁 2.0 프로그램은 남북한 대치의 지속과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의 강력한 제재를 전제로 한 것이다. 병력 10만 명 감축 역시 순수한 ‘개혁’ 차원이라기보다는 저출산에 따른 병력자원의 자연 감소에 대응하는 궁여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육군 중심의 병력과 장군 수 축소 계획은 육군 내부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 출신 국방부 차관에 대한 최근의 각종 흠집내기는 군 내부의 저항 때문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특히 축소되는 군의 역할을 군 공무원으로 대체함으로써 여전히 국방 내부적 역할 분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평화 정착이 가시화하는 상황이고, 특히 ‘단계적 군비 축소’가 공동선언문에 포함돼 현재의 국방개혁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더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계별 개혁에 준하는 수준의 추가 병력 감축 검토와 군 편제 축소, 이에 상응하는 상부 지휘구조 혁신, 그리고 새로운 전장(戰場) 환경과 기술혁신에 부합하는 항공우주·무인 중심의 전투체계에 기반한 인력·예산·조직의 3군 간 균형성 강화, 작지만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위한 높은 유연성 확보와 선진국 수준의 군 조직문화 개혁 등이 필요하다.
'민간 역할 확대' 발상 전환을
비대화하고 다각화한 군이 덩치를 줄이고, 전투에 이기는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해안경비를 해양경찰청에 이관하는 등 민간의 역할과 기여를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군수지원 및 보급·수송·창정비·의료 등 민간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갖춘 분야인 비전투 부문을 민영화해 산업화를 꾀함으로써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필요도 있다.
먼저 무기획득에 최소 7년이 걸리는 현재의 무기획득 시스템은 3년 내외로 대폭 단축해야 한다. 개발·생산·운용에 30~50년이 소요되는 초장기면서 수천억~수십조원이 투입되는 무기획득 사업의 경우 예산을 한 번 정하면 끝까지 가는 현재의 경직적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무기획득 사업을 즉시 중단·축소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 세금 절감과 예산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무기획득 비용에 대응하고 이에 따른 방산비리의 개연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기획득에 대한 전문성과 객관성·투명성을 갖춘 민간 사업관리 전담기관을 두고, 연간 20조~25조원을 지출하는 방위사업청 정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싱크탱크를 신설하는 등 정부 거버넌스 구조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이와 더불어 규제와 산업 육성이 혼재돼 있는 방위사업법도 대폭 손질해 효과적인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방위산업진흥법(가칭)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84% 내수구조 탈피해야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방산기업에 군축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생산액의 84%를 내수에 의존하는 국내 방산을 수출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업 중심 연구개발(R&D) 개혁, 방산물자 지정 축소, 수출산업화 촉진을 위한 부처 간 협력 강화 및 방산 지식 공유 프로그램(M-KSP: military knowledge sharing program) 신설이 시급한 과제다. 특히 무기체계 개발의 초기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시장성, 수출 가능성, 국제 공동개발 가능성을 필수 검토 항목으로 넣어 전략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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