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수업무 등 행정부담 커져
미징수 땐 세금 대납하고
납세자에 돈 떼일 위험도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불복"
최근 금융회사 35곳 소송
정부 내년부터 제도 보완
원천징수 대상서 제외되던
종교인 과세 개편도 검토
[ 임도원 기자 ] 정부가 원천징수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1000억원대 과세 문제 등에서 불거진 원천징수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원천징수자에 지워지는 징수 및 대납 의무와 관련한 과부담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원천징수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종교인 과세 개편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기재부, 연구용역 발주 나서
기획재정부는 ‘원천징수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 발주를 위한 입찰에 나선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기재부는 연내에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받아 내년부터 원천징수 제도를 전반적으로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원천징수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없었다”며 “부과 징수 불복 등 모든 단계에 걸쳐 개선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천징수는 소득·수입금액을 지급하는 측이 지급받는 측의 세금을 미리 징수해 국가에 납부하는 제도다. 징세 편의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법인과 개인의 이자·배당소득과 개인의 사업·근로·연금·퇴직·기타소득이 원천징수 대상이다. 2016년 기준으로 소득세는 총세수 70조1193억원 중 원천징수분이 41조4462억원으로 59.1%, 법인세는 52조1154억원 중 11조9855억원으로 23.0%를 차지했다.
◆징수자 부담 줄어들까
기재부는 원천징수자에 대한 과부담 논란을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원천징수자들은 과세당국을 대신해 징수 업무를 하는 데 따른 행정 부담뿐만 아니라 징수하지 않았을 때는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금전적 부담까지 지게 된다. 일단 미징수 세금을 대납한 뒤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 비용이 들기도 하고, 돈을 떼일 위험도 있다. 납세 지연에 따른 가산세는 구상권을 행사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내야 한다.
이 회장 차명계좌 과세는 이 같은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불거지는 사례다. 증권사 20곳과 은행 15곳은 이달 말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1039억원 규모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이의신청을 낼 계획이다. 국세청은 지난 2~3월 이 회장 차명계좌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의무자였던 이들 금융회사로부터 총 1039억원의 세금을 대납받았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비실명 금융자산의 이자·배당소득에는 90% 세율로 원천징수하도록 돼 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징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회사들은 “계좌 명의자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등 구상권 행사가 쉽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올초에는 정부가 외국인 대주주에 대한 과세 확대를 추진하다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원천징수 부담이 커지게 된 증권업계까지 반발하면서 철회하기도 했다.
◆종교인 과세 다룰 수도
종교인에 대한 원천징수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종교인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인이 직접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수 있다. 원천징수를 하는 경우에도 다른 근로소득처럼 매달 하지 않고 반기별로만 할 수 있도록 특례가 마련됐다. 이와 함께 종교활동비 비과세 등 각종 혜택 때문에 올해 시행된 종교인 과세는 ‘반쪽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종교인 과세 시행 초기인 만큼 원천징수 의무화는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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