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내 21곳 2485억에
中 '유통공룡' 우메이에 넘겨
74개 화동법인은 리췬과 협상
中정부 태도 변화에 매각 급물살
선양프로젝트 재개 기대감
[ 안재광 기자 ]
롯데그룹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7개월을 끌었던 중국 롯데마트의 일부 점포 매각이 성사됐다. 2016년 11월 공사 중단 처분을 받은 3조원 규모의 ‘롯데 선양 프로젝트’(조감도) 공사가 곧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년 2월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직간접적인 보복을 받아온 롯데는 이번 마트 매각을 계기로 현지 사업이 조금씩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6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중국 베이징 내 롯데마트 22곳(슈퍼 11곳 포함)을 운영하는 화북법인을 중국 우메이그룹에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임대기간이 끝나 폐점하는 한 곳을 제외한 21개 점포를 14억2000만위안(약 2485억원)에 넘기는 내용이다.
롯데쇼핑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화북법인 지분 5%는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화북법인을 인수하는 우메이는 중국 내 약 900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유통기업이다. 연매출이 8조7000억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110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작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매장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지금은 23곳만 영업 중이다. 손실이 누적되자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 중국 내 4개 법인(화북, 화중, 화동, 동북)을 모두 매물로 내놨다. 이번에 매각 계약을 맺은 곳은 화북법인이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이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사드 보복으로 매각을 ‘불허’한 중국 정부가 ‘암묵적 동의’, 혹은 ‘승인’을 했다는 분석이다.
4개 법인 중 한 곳에 대한 거래가 이뤄진 만큼 나머지 3개 법인의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리췬그룹은 74개 매장을 보유한 화동법인에 대한 실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화중과 동북법인은 지역 유통업체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상반기 중에 모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선양에 쇼핑몰, 테마파크, 오피스 등을 짓는 ‘롯데월드 타운’ 공사도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달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이 한국을 방문한 이후 중국 현지 분위기가 바뀌고 있어서다. 노영민 주중 대사가 곧 선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에선 “대사 방문에 맞춰 공사 재개를 위한 인허가가 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롯데쇼핑은 이날 홍콩법인에 대한 6억5000만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중 5800억원은 중국 롯데마트가 영업정지 기간 긴급하게 빌린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고, 상품 매입대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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