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40 여건의 강간과 10 여건의 살인을 저지른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의 별칭) 킬러’가 42년만에 체포됐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범죄 당시 경찰관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새크라멘토 경찰은 살인 혐의로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를 붙잡아 송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검찰은 일단 두 건의 살인 혐의로 드앤젤로를 기소했으며, 유전자(DNA) 대조 결과 그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76년부터 1986년까지 10년 동안 120여건의 주거침입·강도 사건을 비롯해 12건의 살인과 45건의 강간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잔혹하고 무차별적인 범죄로 ‘골든 스테이트 킬러’, ‘오리지널 나이트 스토커’ 등으로 불리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했다. 이 사건을 수년 간 연구한 소설가 미셸 맥나마라는 잡지를 통해 범죄를 재조명하기도 했고 작가가 2016년 세상을 떠난 뒤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연방수사국(FBI)는 희생자 가족들과 목격자들이 범죄를 신고할 수 있도록 몽타주를 올린 사건 전담 웹 사이트를 만들었다.
드앤젤로는 주로 복면을 하고 무장한 상태로 여성의 집을 골라 침입한 뒤 강간과 살인 행각을 벌였다. 첫 범죄는 1976년 여름 일어났다. 새크라멘토 카운티 동부의 한 가정집에 남성이 침입해 젊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단순 강간 사건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 남성이 몇주 뒤 다시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범행이 반복되며 1년 뒤에는 새크라멘토 일대에서 성폭행당한 여성이 수십명에 달했다. 이중에 가장 어린 13세 소녀는 가족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성폭행당했다.
그의 범행은 더욱 대담하고 잔혹해지면서 성폭행으로 그치지 않고 살인을 저기르기도 했다. 벽난로용 통나무로 2명을 때려 숨지게 하는가 하면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커플을 총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그는 1986년 어바인에서 18세 여성을 성폭행한 뒤 폭행해 살해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피해자의 연령은 적게는 13세부터 많게는 41세까지 다양했다. 피해자를 가족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그는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수사관들은 일찌감치 골든 스테이트 킬러가 경찰로 재직한 이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했다. 그러나 드앤젤로는 수십년 간 수사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당시엔 DNA분석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중범죄자들의 DNA샘플을 채취하는 법률은 2004년 뒤늦게 통과됐다.
수 년 간의 추척 끝에 경찰은 그가 1973년부터 6년간 경찰관으로 일했고,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카운티의 시트러스 하이츠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난 24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벤추라 카운티에서 그를 체포했다. 새크라멘토 카운티 앤 마리 슈버트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그의 검거는)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는데, 바로 여기 새크라멘토에서 찾았다”며 “40년 넘도록 수많은 피해자들이 갈구해온 정의를 이제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