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한 주'
남북정상회담 D-1
정상회담장으로 새단장한 '평화의 집' 공개
"분단 73년 거리 줄이자" 둥근 테이블 제작
남북 정상이 앉을 의자에는 '한반도 문양'
"준비 끝"… 25일 이어 26일 남북합동 리허설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정상회담장에 함께 들어서면 정면에 걸린 푸른빛의 금강산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란 카펫이 깔린 회담장에는 호두나무로 제작한 둥근 테이블이 놓여 있다. 회담장 양옆 벽은 12폭의 한지 창호문으로 꾸며졌다. 왼쪽에는 문 대통령 의자가, 오른쪽에는 김정은 의자가 마련됐다. 두 정상은 2018㎜ 거리에 마주 앉는다.
청와대는 25일 남북한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 내부를 공개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평화의 집 주요 공간을 정비했다”며 “‘환영과 배려, 평화와 소망’이라는 주제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1층서 방명록 작성·정상 환담
김정은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평화의 집 1층 로비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곳에서 김정은이 처음으로 할 일은 방명록 작성이다. 평화의 집 1층 로비 오른쪽에는 방명록을 쓸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였다. 방명록 책상은 전통 가구인 ‘해주소반’을 떠오르게 제작했다. 의자는 좋은 일이 있을 징조를 상징하는 길상(吉祥) 모양이다.
김정은이 방명록 작성을 마치면 문 대통령과 정상 환담장으로 이동해 가벼운 대화 시간을 보낸다. 정상 환담장은 한지와 모시를 소재로 내부가 디자인됐다. 한지 창호문으로 둘러싸여 안방에 있는 느낌을 준다. 두 정상은 나란히 놓인 소파에 앉아 얘기하게 된다.
◆회담장은 평화 상징하는 푸른색
한반도 평화의 역사적 현장이 될 2층 정상회담장은 한반도 산천과 푸른 기상을 주제로 디자인됐다. 기존 회담장은 양측 정상이 두 개의 문을 통해 개별 입장하게 돼 있었다. 이번에는 두 정상이 회담장 정문에서 함께 입장한다.
정상회담 테이블은 기존에 있던 사각형이 아니라 둥근 형태로 새로 제작됐다. 분단 73년이라는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남북이 함께 둘러앉아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 폭은 2018㎜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올해를 상징한다. 평화의 집 가구는 습기에 강하고 뒤틀림 없는 호두나무로 제작됐다. 역사적 자료로 원형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정상이 앉을 의자에는 한반도 문양(사진)을 새겨 넣었다. 이날 현장에는 두 정상 의자 옆에 크기가 조금 작은 의자 6개가 각각 놓여 있었지만 정상회담 배석자 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만찬이 열릴 3층 연회장은 만춘의 청보리밭과 같은 초록색으로 꾸며졌다. 바닥에는 연두색 카펫이 깔렸고, 창에는 대나무색의 커튼이 걸렸다. 환영 의미를 나타내는 작약, 우정의 의미를 지닌 박태기나무, 비무장지대(DMZ) 일대 자생하는 야생화 등 다양한 꽃이 정상회담 당일 평화의 집 곳곳을 수놓을 예정이다.
◆옥류관 냉면 배달 연습도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실무대표단은 25일 오전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남북 정상회담 합동 리허설(예행연습)을 했다. 양측 실무대표단은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세계에 생중계로 보도되는 만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수차례 리허설을 했다. 북측은 회담 만찬에 오를 옥류관 냉면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요리해 평화의 집으로 배달하는 연습을 했다. 합동 리허설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대역은 따로 두지 않았다. 우리 측은 정상회담 전날인 26일 최종 리허설을 한 차례 더 할 계획이다.
판문점 공동취재단/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