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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함께 누린 반도체 호황… 신규 협력사 매출 45%↑ '폭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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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낙수 효과'

성장속도, 코스닥 평균보다 빨라

반도체 장비업체 로체시스템즈
작년 매출 3370억… 241% 급증
에드워드코리아는 7000억 돌파
협력사 매출 뛰자 고용도 늘려

"낙수효과, 협력사·中企 넘어
서비스업 등 경제전반에 파급"



[ 이우상 기자 ]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전자산업의 본질은 부품산업”이라고 했다. 제품 경쟁력이 부품에서 나온다는 얘기였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후계자로 구매담당(부품 및 장비) 최고책임자였던 팀 쿡을 지명했다. 전자업체는 그만큼 협력사를 중시한다. 이들은 함께 성장했다. 전자업체가 호황을 누리면 협력사 실적도 좋았다. 트리클 다운 이펙트(trickle-down effect), ‘낙수효과’라고 한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에도 지난해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 실적은 협력사로 흘러내려갔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뿐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도 뚜렷했다. 새로 협력사가 된 기업의 성장 폭은 더 컸다.

◆신규 회원사는 더 큰 폭 성장

삼성 1차 협력사인 협성회 회원사(12월 결산법인 149개) 중 낙수효과를 가장 크게 본 기업은 지난 3년 새 새로 1차 협력사가 된 21개사였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45.3%에 달했다. 같은 기간 149개사 평균 증가율 22.5%의 두 배였다. 협성회 관계자는 “삼성의 신규 협력사가 된 것은 단순히 삼성에 많이 납품하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서 평판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삼성 납품’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매출이 높아지는 ‘협성회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다. 21개 신규 협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평균 94% 급증했다. 149개사 평균(64%)뿐 아니라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율(83%)도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설비와 관련된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장비를 공급하는 로체시스템즈의 매출은 2016년 988억원에서 2017년 3370억원으로 241% 뛰었다. 신규 회원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에드워드코리아도 반도체 공정을 위한 진공시스템을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매출은 2016년 5438억원에서 2017년 7208억원으로 32.6% 늘었다.


◆고용 창출 효과도 톡톡

삼성전자와 협력사의 매출 증가는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협성회 기업 중 매출이 가장 큰 폭(356%)으로 늘어난 신성이엔지는 고용 인원을 2016년 807명에서 2017년 926명으로 14.8% 늘렸다. 신성이엔지는 스마트공장 도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회사다. 공장자동화가 가장 앞선 회사임에도 고용을 100명 이상 늘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공장은 생산 관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매출이 늘고 관리해야 할 장비도 증가하니 고용 인원도 늘렸다”고 말했다.

매출 증가율 ‘톱20’ 기업의 지난해 고용 증가율은 13.5%였다. 이 중 고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예스티였다. 반도체 제조 기계를 만드는 예스티는 같은 기간 190명에서 250명으로 고용 인원을 31.6% 늘렸다. 이 회사는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329억원을 투자, 평택 공장 시설 확충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 기업 덩치가 커지니 자연스럽게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이끈 협력사 호황

협성회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코스닥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유가증권 533개사(연결 기준)의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0%와 28%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 1105개사는 매출이 8% 늘고 영업이익은 17.27% 늘었다. 협성회 회원사 149개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22.5%, 64%였다.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톱20’ 중 반도체 설비와 관련된 업체는 15개사였다. 반면 매출이 가장 크게 줄어든 기업 20곳 중 9곳은 LCD(액정표시장치)·LED(발광다이오드) 관련 제조기업이었다. 스마트폰에 필요한 금형을 만드는 업체 9곳도 매출이 감소했다. 이는 삼성전자 실적이 좋지 않으면 협력업체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분석도 있다.

낙수효과를 단순히 협성회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관련 중소기업은 물론 서비스업과 심지어 학계에까지 그 효과가 퍼진다”며 “낙수효과 실종론은 경제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철수나 조선업 경쟁력 상실이 국가적 문제가 되는 것도 낙수효과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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