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낙수 효과'
'상생의 가교' 협성회
[ 전설리 기자 ] 1989년 11월11일.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와 거래하는 협력사 대표들이 서울 삼성 본관에 속속 모여들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협력사 대표 상견례 자리였다. 식사 도중 이 회장이 옆자리의 박재범 대성전기 회장에게 “회장님은 무슨 차를 타십니까”라고 물었다. 박 회장은 당시 최고급 승용차였던 그랜저 3.0을 탔지만 당황해 이를 낮춰 대답했다. 이 회장은 “협력사 사장님들이 최고급 승용차를 타야 한다. 삼성에 들어오면 사장 차 옆에 주차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준비하려면 삼성의 중역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개발실까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협력사들은 하도급업체, 납품업체라고 불리는 ‘을(乙)’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협력사를 키우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1981년 3월에 구성된 삼성전자 1차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상생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 교류와 공동기술 개발, 인재 육성·경영 노하우·경영혁신 공유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갖춘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협성회 기업을 선정한다. 작년 기준으로 협성회 소속 기업은 반도체 53개사, 무선 36개사, 영상디스플레이 32개사, 가전 26개사 등 192개사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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