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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 완성' 자신감… '핵 동결' 선제조치로 對北제재 완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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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ICBM 실험 중단' 선언한 김정은
'핵·경제 병진노선' 버리고 '경제건설' 선언

오랜 경제난에 따른 체제 동요 방지하고
'사회주의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 본격화
南北·北美 정상회담 앞두고 주도권 선점



[ 이미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한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 국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자신이 집권한 이후인 2013년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경제 중심의 새 노선을 택한 것이다. 앞으로 파격적인 개혁·개방과 비핵화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北, “이젠 핵보다 경제”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을 내놓은 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당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핵무력 완성이라는 내부 평가를 통해 “이젠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이전엔 내부 회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땐 선군정치와 철저한 신비주의를 고수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당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체제 구성과 내부 회의 내용을 공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공표했다. 당시 북한은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네 번의 핵실험, 90여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강행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 같은 무력시위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로 맞섰다.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보면 북한은 “당의 병진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과정에서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핵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더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을 위한 내부 선전용이라며 실상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시라고 분석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김정일 체제 당시 북한이 겪었던 대규모 경제난인 ‘고난의 행군’을 거론하며 “경제 발전을 이뤄야만 안정적 집권이 가능하다는 김정은의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보단 사정이 조금 나아졌을 뿐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려면 그에 따른 경제적 이점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이와 관련된 약속을 서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 따르나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과 더불어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이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롤모델로 덩샤오핑 중국 최고지도자의 개혁·개방 방식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덩샤오핑은 1970년대 후반부터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내세웠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경제 분야는 과감하게 내부 개혁 및 대외개방을 추진하고, 정치는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정경분리 방식이다.

김정은은 실제 지난해 신년사에서 경제 분야 부진에 대해 자아비판적 발언을 했다. 그는 당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해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 같다”며 “성공 여부는 한국과 미국 등 국제 사회가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 북한의 경제발전 기회 제공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질지 주목

북한이 핵 개발과 ICBM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기라는 ‘강력한 패’를 들고 나온 것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대를 뛰어넘는 선제적 조치를 내놓음으로써 우리 정부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환영입장을 이끌어내고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효과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또다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을 우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존에 보유한 핵 폐기와 관련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는지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건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조건을 받아본 뒤 논의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출발점으로 향후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만의 비핵화 논리를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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