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급 등 36명 수사팀 확대
특검 의식한 '면피성 수사' 지적도
'경공모' 회원 공모 여부 등 수사
드루킹 사무실도 2차 압수수색
CCTV·차량 블랙박스 등 확보
[ 이수빈 기자 ] 22일 오후 1시께 경기 파주 출판단지 내 느릅나무 출판사. 사복 차림의 경찰관 두 명이 건물 앞에 주차된 은색 도요타 차량에서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꺼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씨(필명 드루킹·48)가 운영해온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소속 회원의 차량이다. 차량 조수석에는 ‘××킹님’이라고 적힌 메모가 놓여 있었다. 이들 경찰관은 주변에 있던 또 다른 외제차량 1대에서도 블랙박스를 추가로 확보한 뒤 곧바로 현장을 떠났다.
◆‘인터넷 진지’ 경공모 등 3곳 압수수색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경공모의 본거지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해 건물 주변의 폐쇄회로TV(CCTV)와 회원 차량 2대에 설치된 블랙박스, USB 1개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경공모와 비공개 카페 2곳 등 인터넷 카페 3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카페에 올라온 각종 게시물과 회원정보 등을 네이버 본사로부터 제출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2차 느릅나무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달 21일 첫 압수수색 이후에도 경공모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출입하고 있어 출입자 확인 및 공모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공모는 드루킹이 2009년 개설한 단체로 2014년부터 열린 카페로 전환했다. 그는 경공모의 취지를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 오너를 쫓아내고 경제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드루킹은 노동자를 ‘현대판 노예’로 지칭하며 계급적 시각에서 반자본주의적 변혁을 모색하는 2500여 명의 경공모 회원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공모 회원을 노비에서 추장까지 5등급으로 분류하고 ‘일본침몰설’ 등과 같은 이색 주장도 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들 자료를 토대로 경공모 운영 방식과 규모, 성격 등을 파악해 회원들이 댓글조작에 얼마나 연루됐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 조작에 활용된 네이버 아이디 614개 가운데 경공모 회원들의 불법 명의 대여 및 도용이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특검 의식한 경찰의 ‘면피성 수사’ 논란
경찰은 지난 17일 기존 13명에서 30명으로 수사팀을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이날 총경 1명과 경정 2명, 경감 3명 등 총 6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 가운데 3명이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법률 전문가다. 총경 1명은 서울경찰청 홍보협력계장을 지낸 김동욱 치안지도관이다. 김 지도관은 홍보 업무에 밝아 언론 대응을 총괄할 예정이다.
경찰이 수사팀에 법률 및 언론 전문가를 보강한 것은 점차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특검에 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인 홍모씨가 김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가 지난달 20일 김씨 구속 이후 되돌려준 사실이 지난 21일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요청하는 등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양측의 자금거래도 특검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3월 김씨가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홍씨와의 500만원 금전 거래를 언급하면서 협박성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파주=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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