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활성화 이끄는
현승현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
[ 임근호 기자 ]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쉐어어스’ 1호점. ‘에벤에셀 고시원’이란 옛 간판이 남아있는 낡은 건물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피숍처럼 꾸며진 1층 생활 공간이 나온다. 2~4층은 주거 공간. 한 층에 11개씩 총 44개이던 방을 19개로 대폭 줄여 쾌적함을 더했다. 이렇게 고시원을 리모델링해 ‘쉐어어스’라는 청년 주거공간 사업을 하는 이는 현승현 선랩건축사사무소 대표(사진)다.
쉐어어스 1호점에서 만난 현 대표는 “고시원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1인 주거공간을 제시하려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쉐어어스는 공유 주택이다. 주방과 거실, 화장실을 다른 사람과 같이 써야 한다. 대신 좁은 자기 방에 머물러야 하는 고시원과 달리 넓은 공간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그는 “공간을 공유하도록 한 데는 거주자끼리 소통할 수 있게 하려 한 목적도 있다”며 “고시원은 방만 많고 사람 간 소통은 없어 삭막한 분위기를 낸다”고 설명했다. 쉐어어스는 2015년 1호점에 이어 2호점과 3호점이 차례로 신림동에 문을 열었고, 올해 4호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사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던 현 대표는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2013년 선랩을 세웠다. 신림동은 그가 처음 지방에서 올라와 살던 동네다.
그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신림동 고시촌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사람이 빠져나간 고시원이 관리가 안 된 상태로 방치되는 등 동네가 슬럼화될 위험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쉐어어스 1호점이 된 에벤에셀 고시원도 44개 방 중에서 사람이 사는 방은 4개뿐인 상태였다.
현 대표는 버려진 고시원을 고쳐주는 조건으로 건물주 할아버지에게 싸게 임대를 받았고, 이를 공유주택 쉐어어스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2호점부터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쉐어어스에서 두 명이 같은 방에서 자는 2인실은 월 27만원, 개인 방이 있는 층은 월 35만원이다. 그는 “주변에 시설이 좋은 고시원이나 원룸은 월 40만원 정도 한다”며 “월세가 비싸지 않다 보니 학생이나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이 살고 있다”고 했다. 현 대표의 첫 번째 실험은 쉐어어스 4호점을 끝으로 일단락된다.
그는 “신림동을 1인 가구나 청년층이 살기 좋은 동네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동네에 쾌적한 공유주택이 많이 생기면서 점점 그렇게 변하고 있다”며 “다음에는 신혼부부나 실버 세대에 맞는 새로운 주거공간을 제시해보고 싶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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