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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수입물가까지 좌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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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은행은 매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수출이나 수입 상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 데이터입니다. 가격의 절대 수준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수출채산성 변동이나 수입원가 부담을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또 수출입물가지수의 상호 비교를 통해 교역조건을 측정하거나 실질국내총생산(GDP) 산출에도 활용됩니다.

국내 물가에 대해 선행성을 가질 수 있도록 수출입 계약 시점의 가격을 조사하는 게 특징입니다. 조사 대상 품목 선정은 좀 까다롭습니다. 개별 품목의 수출입액이 모집단 거래액의 2000분의 1 이상의 거래 비중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동종 제품군의 가격 변동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가격 시계열 유지가 가능해야 한답니다.

올해 기준으로 수출 품목은 205개, 수입 품목은 235개가 선정돼 있습니다. 선박, 무기류, 항공기, 예술품처럼 동일한 품질 규격이 유지되기 어려우면 수출입물가지수 모집단에서 제외되고요.

통상 수입물가는 환율과 국제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예컨대 원화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오르거나 유가가 상승하면 아무래도 수입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수입물가에는 약간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5% 오른 83.94(2010=100)입니다. 지난해 1월(84.98)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올 2월 달러당 1079원58전에서 3월 1071원89전으로 0.7% 하락했는데 말입니다. 유가도 보합세를 나타냈고요.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유가도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는데 수입물가가 1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건 이례적입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니 중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중국 정부가 환경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철강 생산방식을 변경하면서 관련 재료의 수입물가가 5배 급등한 탓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탄소전극·흑연전극 때문입니다.

이 품목은 한 달 새 가격이 495.7% 수직 상승해 전체 수입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수입물가 조사대상 235개 품목 중 탄소전극·흑연전극의 가중치는 1000분의 2에 불과하지만 다른 품목에서 별다른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전체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친 겁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이렇게 단일 품목이 전월 대비 100% 넘게 급등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환경 오염 방지와 철강 공급과잉 억제를 위해 철강 생산방식을 재래식 유도로에서 친환경 전기로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전극봉의 원재료인 침전코크스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하지만 침전코크스는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기업이 10곳도 되지 않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수요 급증에 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국내 수입업체들 중에서 지난달에 수입계약을 갱신한 곳이 많아 높아진 가격이 반영된 겁니다. 한은 관계자는 “탄소전극·흑연전극 품목을 제외하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0.4~0.5%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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