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영상으로 당뇨 합병증 진단
해석 필요없어 일반의도 사용 가능
FDA 승인으로 업계 반색
당뇨·뇌졸중 등 관리 필요한 질환
AI 진단서비스 도입 빨라질 듯
[ 추가영 기자 ]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의료진단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당뇨병성 눈 질환을 AI로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최초로 승인했다. FDA는 지난 2월에도 뇌졸중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하는 AI 소프트웨어를 허가했다.
미국 의료전문지 MDDI는 “FDA의 잇단 승인으로 AI 기술이 헬스케어 시장의 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FDA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승인에 가장 엄격하고 신중한 기관으로 통한다. 헬스케어 업계에선 당뇨병, 뇌졸중과 같이 예방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질환에서부터 AI를 활용한 진단 서비스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FDA는 11일(현지시간) 당뇨병 환자의 실명 원인인 당뇨병성 망막증을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진단하는 기기(IDx-DR)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인 IDx는 망막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IDx-DR 서버에 올리면 AI 알고리즘으로 영상을 분석해 당뇨병성 망막증을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해 FDA에 승인을 신청했다.
이 기기를 통해 안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경도 이상의 당뇨병성 망막증과 12개월 안에 재검사가 필요한 증상을 구분해낼 수 있다. 스스로 영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의 별도 해석이 필요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안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도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라는 얘기다.
FDA는 승인에 앞서 미국 내 10개 1차 진료기관에서 당뇨병 환자 9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진단 정확도는 87.4%(안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증상 진단)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검사가 필요한 증상 진단의 정확도는 89.5%로 나타났다.
올 2월 FDA의 승인을 받은 비즈에이아이(Viz.ai)의 뇌졸중 분류 AI 소프트웨어는 뇌 CT 영상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뇌졸중으로 의심되는 대혈관 폐색이 있으면 신경혈관 전문의의 스마트폰으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는 기능을 갖췄다. 자동화된 영상진단으로 의료진이 빠르게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이 소프트웨어는 신경외과 전문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 단독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고 FDA는 밝혔다.
세계적 공신력을 확보한 FDA가 AI 기술 활용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만큼 AI 진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의료 분야의 AI 및 딥러닝(심화학습) 기술 도입은 다른 분야보다 위험이 적은 영상진단에서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는 AI 앱(응용프로그램)을 도입한 예비진단 시장은 2026년이면 연간 50억달러(약 5조원) 규모로, 영상진단 자동화 시장은 연간 3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근 IBM 왓슨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및 헬스케어 기업들은 AI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덱스컴과 제휴를 맺고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덱스컴의 지속혈당모니터링(CGM) 시스템은 지난달 FDA 승인을 받았다. 구글도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당뇨병성 눈 질환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인도 병원에서 시험 중이다. 맬비나 아이델먼 FDA 안과·이비인후과 의료기기국장은 “FDA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의료기기 사용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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