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 창비 / 316쪽 / 1만5000원
[ 심성미 기자 ] 애완동물 가게를 지나다 보면 귀여운 강아지가 방석 위에서 꼬물거리는 모습을 창을 통해 보게 된다.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 조그마한 동물들은 어디에서 태어나 애완동물 가게까지 흘러오게 된 것일까.
소설가 하재영이 쓴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개 번식장, 경매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 등을 취재해 반려동물, 식용동물 등 ‘개 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를 그려낸 르포다. 유기견을 키우게 된 일을 계기로 작가는 몇 년에 걸쳐 번식업자,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 개 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를 인터뷰해 책을 완성했다.
애완동물 가게의 귀여운 강아지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애견 번식장에서 태어난다. 저자는 켜켜이 쌓인 배설물 위에서 기계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번식장의 개들의 처참한 모습을 묘사한다.
근친교배로 크기를 줄인 강아지들은 어미 젖을 채 떼기도 전에 경매장에 나와 소매점으로 팔려간다. 그러나 팔려간 개는 ‘번거롭다’거나 ‘더이상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쉽게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길거리로 쫓겨나는 개는 매년 8만 마리에 달한다.
저자는 “한국의 유기견 문제는 개식용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수요보다 많은 공급을 쏟아내는 불법 번식장은 유기견 문제의 원인이다. ‘반려견’이 언제든 ‘식용견’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기형적인 생산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개 식용’ 문제는 해묵은 논쟁 대상이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흔히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나 고양이는 왜 안 되느냐”고 묻는다.
반려동물에게 갖는 애정과 관용을 농장 동물이나 실험 동물에게는 왜 베풀지 않느냐는 말이다. “개 식용은 한국 고유의 문화”라든지 “다른 사람의 먹을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이처럼 개 식용 얘기를 꺼내는 건 반감을 사기 쉬운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설득력 있게 반박한다. 그는 “‘소, 돼지, 닭은?’이라는 물음은 모든 동물의 하향 평준화된 평등을 전제한다”고 주장한다. 왜 줄기차게 농장 동물의 고통을 기준으로 ‘평등’을 말하냐는 것이다.
그는 “평등을 위해 새로운 동물을 축산 체계에 포함하자고 말하는 대신 이미 축산 체계에 들어와 있는 동물의 복지를 실현해 농장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은 인간과 동물 간 관계, 동물권에 대한 윤리의식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 쓰기로 단련된 필력, 꼼꼼한 취재로 얻은 정보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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