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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의 글로벌 Edge] 데이터 자본주의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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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 오춘호 기자 ] 1998년 3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미국 상원 청문회에 섰다. 게이츠의 나이 43세 때였다. 그의 경쟁자인 짐 박스데일 넷스케이프 회장과 스콧 맥닐리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회장도 모습을 보였다. MS가 컴퓨터 운영체제(OS)를 팔면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함께 쓰도록 한 게 문제였다. 미국 정부는 OS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반독점법 위반으로 MS를 고소했다. 게이츠는 청문회에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 질서를 만들었을 뿐 어떤 독점적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문회 의원들은 MS가 끼워팔기 등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고 다른 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도 줄였다고 주장했다. 독점의 폐해를 수없이 열거했다. 박스데일과 맥닐리 회장도 의원들 의견에 동조했다. 미 법무부는 그로부터 두 달 뒤 MS를 기소했다.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이츠·저커버그

11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열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상원 청문회는 20년 전과 상황이 사뭇 달랐다. 청문회 의원들만 55명이었다. 모든 언론과 20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청문회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독점 문제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이 “페이스북의 권력 독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커버그는 “이용자 수가 권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독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작 독점보다 더 큰 이슈는 가입자들의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였다. 7800만 명의 페이스북 가입자 정보가 데이터 분석업체를 통해 무단으로 유출돼 선거 캠프에 이용된 것은 명확한 범죄적 행위라는 것이다. 저커버그도 자신의 책임이며 사과한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게이츠와 저커버그는 둘 다 하버드대 중퇴자다. 게이츠는 20세인 1975년에 회사를 창업했으며 저커버그도 20세 때인 2004년에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둘 다 세상을 바꿨으며 갑부가 됐다. 하지만 둘의 청문회는 성격면에서 분명히 달랐다.

게이츠는 기존 법질서에 도전하면서까지 산업의 틀을 바꾸려 했다.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정보기술(IT)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실정법(반독점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고 조사도 받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데이터 유출은 당장 미국법으로 처벌할 죄목이 마땅치 않다. 유럽연합(EU)에서는 다음달부터 데이터 보호법이 마련되지만 미국은 데이터 보호를 시장에 맡기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다시 만들어야 하나

페이스북은 오히려 법적 문제보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용자들은 과연 이 기업이 자신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왜곡된 정보와 지식은 성숙 사회 구성의 근간인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린다. 신뢰성과 진정성에서 의심을 받으면 이용자들은 떠난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폐쇄까지 고려했다는 것을 보면 그도 이 같은 신뢰성의 위기를 가장 극단적인 위기로 간주하고 있다는 게 읽힌다.

21세기 데이터 자본주의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이 부를 낳는다. 하지만 데이터산업은 자칫하면 붕괴될 수 있는 신화다.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끝장이다. 지금 소셜미디어 업계는 원점에서 다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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