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末6初'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식 '先黨정치' 강조
중요결정 내릴 때마다 활용
정상 사회주의國 선전 목적
모스크바 간 이용호 외무상
'김정은 방러' 조율 주목
[ 정인설 기자 ]
북한이 10일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노동당 정치국 회의 장면과 결정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하루 전에 노동당 중심으로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같은 주요 현안을 논의한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1인 독재 체제가 아니라 노동당 중심의 정상적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표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식 ‘선당정치’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와 다르다. 김정일 체제에선 노동당 정치국 회의 같은 노동당 정책 결정 기구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군부 중심의 국방위원회가 국정 운영을 장악해 노동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밀려났다.
김정은은 중요한 시기마다 김일성 시대에 정상적으로 작동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십분 활용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당 중심의 사회주의국가 체제를 갖추고 노동당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기구인 정치국을 통해 모든 결정을 내리는 형태를 취해 본인 독단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 애썼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30일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일의 뒤를 잇는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 2012년 7월15일 정치국 회의에서 이영호 전 총참모장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됐다. 2013년 12월8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숙청이 결정됐다. 작년 9월3일엔 김정은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5명이 참석한 상무위원회를 열어 6차 핵실험을 결정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정치국 회의는 확대회의를 포함해 총 아홉 번 공개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2015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공개했다”며 “정치국 회의 같은 것을 열게 되면 나름대로 주요 정책이나 방향을 논의하는 계기가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이후 군 중심의 비정상적 시스템에서 당 중심의 정상화로 제도적 틀을 마련해왔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국가로 꾸준히 도약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9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주요 인사를 만났다. 일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 조율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외교 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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