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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0社 감사선임 불발 위기… 주총 '무더기 부결'에 부랴부랴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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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주총 의결 정족수 25%→20%로 완화 추진

올 섀도보팅 폐지로 부결 속출
정족수 미달로 안건 불발 77곳
"직원들 총동원했지만 역부족"
감사선임 내년 이후에 더 몰려
1년내 승인 못받으면 상폐 위기

뒤늦게 대안 마련 나섰지만…
전자투표·정족수 완화 등 연계
여야, 일정부분 양보해 협상 예상
자사주 규제 등 놓고 공방 벌일듯



[ 김우섭 기자 ]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인 D사는 지난달 중순 정기 주주총회를 2주 앞두고 직원들에게 “업무를 중단하고 주주들을 만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체 직원 167명 중 영업과 생산, 관리직 50여 명은 전국을 돌며 소액주주 1000여 명을 직접 만나 주총 참석을 읍소했다. 지난해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이 일몰로 폐지되면서 주총 의결 사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의결권 확보가 회사 운영보다 시급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간신히 주총을 치르긴 했지만 ‘본업’을 소홀히 한 탓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감사 선임을 해야 하는 내년이 더 문제”라고 토로했다.

◆당정, 사태 터진 후 ‘늑장 입법’

정부와 여당이 의결 요건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D사처럼 상장사들이 주총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매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섀도보팅 폐지로 인한 기업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올해 주총에서 정족수 미달로 상정 안건이 불발된 상장사는 77곳에 달했다.


특히 기관투자가와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소액주주가 많은 중소·중견기업에서 안건 부결이 속출했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기업 중 중소·중견기업은 전체의 97.5%(75개)에 달했다. 지난해 말부터 ‘주총 대란’을 우려하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정치권에서 손을 놓고 있다가 막상 일이 커지자 뒤늦게 대안 마련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이후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국상장사협의회 분석 결과 내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는 199개에 달한다. 12월 결산법인 1948개의 10.2%로 열 곳 중 한 곳꼴이다. 2020년엔 22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 선임 때는 대주주 지분을 최대 3%만 인정하기 때문에 보통결의 안건만 상정했을 때보다 더 많은 소액주주 지분이 필요하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3년 임기인 감사·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가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에 더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사가 사외이사·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거나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1년 안에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의결 정족수 요건을 5%포인트 낮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은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 의결권 지분이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총 대란’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엔 이견

정부와 여당은 의결 정족수 요건 완화를 받아들이는 대신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자기주식 처분제한(회사 분할 시 자사주 처분 금지)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의결 정족수 요건 완화에 대해 정부·여당은 대주주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며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의결 요건인 ‘발행 주식 수의 25% 찬성’에서 20%로 낮추는 선에서 절충할 가능성이 높다.

의결 요건을 낮춰도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줬다. 법무부가 지난해 하반기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섀도보팅 실태 분석 및 폐지에 따른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이라는 기준이 정해질 때부터 특별한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를 20%로 완화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민주화법안 중 하나인 자기주식 처분제한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사주 처분 규제는 대주주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자사주를 활용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하지만 대주주 자사주 매입이 금지되면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경제계와 야당이 반대했다. 집중투표 의무화는 이사 선출 시 1주 1표가 아니라 선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분이 적은 헤지펀드가 다른 투자자와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사회에 들어올 수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법무부는 최근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쟁점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결 요건 완화 등을 전제로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기업 부담이 커진 만큼 상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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