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호 에코맘의산골이유식 대표
프랜차이즈 사업하다 실패
고향 하동 악양으로 돌아와
지역 친환경 농산물 활용한 유기농 이유식 아이디어 '번뜩'
방송국 창업콘테스트서 4등
정부 지원에 대기업 투자도 유치
연매출 70억대 기업으로 성장
[ 홍선표 기자 ]
이유식 업체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지리산에서 뻗어나온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산기슭에 있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간 지 10분 남짓, 3층짜리 이유식 공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중나와 있던 오천호 대표(36)는 “해발 400m 정도 되는데 처음 오는 분들은 중간에 전화해서 ‘이 길이 맞느냐’고 몇 번씩 물어본다”고 말했다.
지리산 산골짜기 업체지만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에 달했다. 2016년(13억원)보다 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그 사이 직원도 20명에서 33명으로 늘었다. 친환경 이유식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수요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오 대표가 고향 하동에 내려와 이유식 생산을 시작한 건 2012년이다. 30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적잖은 사업 경험을 했다. 대학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외국계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성형외과 등을 방문해 기능성 화장품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화장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는 “직원은 두 명밖에 안 됐지만 매출이 한때 8억원을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유식의 성장 가능성을 본 건 2010년 무렵이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죽집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에 뛰어든 상태였다. “그때 저희 죽집을 자주 찾는 손님이 있었어요. 올 때마다 삼계죽을 사가면서 ‘간을 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했어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아기한테 이유식으로 줄 거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알았어요. 죽을 이유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그로부터 2년, 오 대표는 서울 사업을 정리하고 낙향을 결심했다. 사업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젊은 사업가들이 종종 겪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혔다. 잘나가던 청년 사업가에서 무일푼 신세로 전락했지만 다시 도전하겠다는 마음은 버리지 않았다.
“고향집에 내려와 뭘 할까 고민하다 압구정 죽집 손님이 떠올랐어요. 이유식은 아기들이 먹는 거니까 재료가 더 중요하잖아요. 엄마들도 재료를 꼼꼼히 살필 거고요. 저는 이 동네 농사짓는 상황을 잘 알아요. 친환경과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분들도 잘 알고요. 좋은 재료를 받아서 친환경 이유식을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겼다. 2012년 4월 회사를 설립한 뒤 이유식 생산에 들어갔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슬로시티로 지정한 악양면 일대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이유식을 만들어 당일 배송한다는 걸 앞세웠다. 비어 있던 소형 공장 건물을 임차해 그를 포함한 직원 4명이 이유식을 만들고 포장했다. 그는 “아침엔 죽 만들고 오후엔 택배를 포장해서 우체국에 넘기고 저녁부터 밤까지는 내일 쓸 재료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회사의 빠른 성장 배경엔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2015년 한 방송사의 농수산식품 창업 콘테스트 프로그램에서 4등을 차지한 것. 지리산 산골에서 이유식을 만든다는 설명에 많은 소비자와 투자자가 관심을 보였다. 그 덕분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운영하는 농식품 벤처창업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신제품 개발도 가능해졌다. 같은 해 투자금 5억원도 유치했다.
오 대표는 “평사리 80만 평 들판에서 나오는 쌀을 모두 사들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인터뷰 때도 그랬다. 사업을 키워서 고향 농민이 키운 농산물을 더 많이 사들이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 회사가 구입하는 지역 농산물 양도 상당하다. 작년엔 37개 계약재배 농가로부터 쌀, 채소, 과일, 산나물 등 농산물 450t가량을 샀다. 15억5000만원어치다.
오 대표는 이유식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기술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2014년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싹이 튼 현미로 이유식을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유아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남들과 다른 기능성 이유식을 만드는 것만이 지역 중소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다음은 해외 시장 진출이다.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공장 확장에 들어갔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친환경 이유식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동=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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