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부도 때 죽을 고비… 함께 견딘 직원들 어쩌라고"
"GM, 한국 떠나면 우린 못 일어나… 글로벌 新車라인 배정해야"
[ 이우상 기자 ] 조홍신 오토젠 대표(사진)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20년 가까이 가족처럼 지낸 직원들과 회사의 앞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를 만난 건 5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한국GM 경영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장에서다. 그는 “18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려고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2000년 젊은 나이에 대우자동차 부도를 겪었다. 당시 그는 병역 의무를 마치자마자 어머니인 이연배 사장(현 회장)이 경영하는 오토젠에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대우자동차가 부도 났다. 자동차 프레임 전량을 대우자동차에 납품하던 때였다. 그는 정직원 300명 중 100명이 그만두는 것을 봤다. 연 200억원 가깝던 매출이 대우자동차 부도 직후 3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2002년 한국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조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공장에서 지냈다. 직원들이 끝까지 남아 회사를 지켜줬다. 이 사장은 사재를 털어서까지 직원 임금이 체불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회사는 2006년께 정상화됐다.
조홍신 오토젠 대표는 “대우자동차 부도 이후 협력업체들이 정상화되는 데 4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18년 전과 달리 지금은 국내 자동차 경기가 좋지 않아 이번엔 회복이 영영 어려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부도 충격에서 벗어난 지 12년 후 조 대표는 가족 같은 직원들을 떠나보내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GM이 철수해 협력업체들이 문 닫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때보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2000년대엔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경기가 좋아 그래도 직원들이 갈 곳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어 회사 직원들을 받아주기 힘들 것이란 얘기였다. 또 공장 자동화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생산인력 수도 계속 줄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GM 사태를 겪으며 매출 1000억원이란 꿈도 접어야 했다. 2016년 그는 희망에 차 있었다. 그해 매출 850억원을 올렸다. 그는 “조금 더 하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한국GM이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해 매출은 75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는 한국GM이 철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신차도 배정해야 협력사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GM 협력업체들이 지난해 미국 GM 본사 등에 수출한 금액이 2조3843억원에 이른다. 그는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신차가 한국GM에 배정돼야 협력업체들도 이 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고 다른 공장에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했다. 신차가 한국에 배정되지 않으면 해당 부품을 만들어 수출할 길도 막힌다는 얘기였다.
오토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협력업체 중 다른 해외 공장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을 다루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조 대표의 얘기다. 오토젠이 만드는 프레임도 수출이 불가능한 품목이다.
이날 행사에는 조 대표 외에 문승 GM협신회(한국GM 협력업체 모임) 부회장(다성 대표), 조환수 천일엔지니어링 대표, 최범영 이원솔루텍 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GM 본사로부터 ‘글로벌 최우수협력업체상(SOY)’을 수년간 받은 35개사 경영자다. 업체 대표들은 “하루 속히 한국GM에 신차가 배정되고 공장 가동이 정상화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한국GM 협력업체 300곳의 임직원 4500여 명이 모여 한국GM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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