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숙지 후 응찰해야 손해 없어
‘대지권 미등기’라는 공지가 붙은 채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이 간혹 눈에 띈다.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대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지권을 표상하는 등기가 돼 있지 않은 물건이다. 다수 필지 위에 집합건물이 지어졌을 때 간혹 합필 등의 절차 진행을 위해 대지권 등기가 지연되곤 하는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간에 대지권 미등기인 경우 대지와 건물이 함께 감정평가돼 경매절차가 진행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 입찰해도 된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감정 평가 유무에 따라 대지권 취득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지권의 성립 유무에 따라 대지권 취득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지와 건물을 함께 감정받아 경매가 진행됐으나 대지권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낙찰자는 대지권을 취득할 수 없다. 오히려 건물만 감정평가가 됐다 해도 대지권이 성립돼 있다면 낙찰자는 대지권을 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대지권 미등기 물건 중에서도 특이한 유형이 있다.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내지 않아 낙찰자가 대지권 등기를 하려면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을 대신 납부해야 한다는 공지가 있는 경우다. 보통 경매인들은 위 문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입찰에 응한다. 분양대금은 전 소유자가 미납한 것인데, 제값 다 주고 산 낙찰자에게 분양대금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분양자가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미납을 이유로 대지권 등기 이전을 거절하면 낙찰자로서는 대지권 등기를 해올 방법이 없다. 결국 대지권 등기가 없는 상태에서 임차인을 들이거나 매매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자칫 형사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얼마 전 대지권 미등기 매물을 경매로 낙찰받은 사람과 아파트 매매계약을 했다는 A씨가 필자를 찾아왔다. 매도자는 A씨에게 대상 물건이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A씨는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을 돌려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필자는 시간과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민사소송을 하기에 앞서 매도인에게 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 보라고 조언했다. 다음날 바로 매도인에게 연락이 왔고 A씨는 불필요한 소송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특수물건이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영역인 건 분명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을 모른 채 입찰하면 시간적·금전적 비용 손실과 자칫 형사책임까지 져야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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