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처럼
중국서 경제적 이익 적극 얻어내고
미국과의 이해상충 풀 방법 찾아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지난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의 쌍검을 뽑아들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품 관세 및 쿼터 부과와 무역법 301조를 내세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및 중국 연관 기업의 미국 투자 제한 방침이 그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가 한국을 포함한 수입 상대국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면, 무역법 301조는 중국만을 콕 집어 압박을 가했다.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중국제조 2025)’ 전략과 미국 기업 기술 탈취가 앞으로 미국 국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운 예방 차원의 선제 조치다.
중국은 2015년 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목표는 2025년까지 중국 첨단 공업의 핵심 부품과 소재 및 장비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지식재산권과 고급 기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첨단 산업 영역의 대외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 및 정보기술 영역을 집중 육성하고,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 40여 곳의 공업기술 연구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항공우주, 신에너지 철도 및 자동차, 의료 및 환경, 원자력 발전 설비, 첨단 의료 설비 영역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연평균 9% 이상의 고성장을 통해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으나 아직 경제 강국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으며, 핵심 기술 영역은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에 따른 전략 변화다.
미국은 인공지능 및 정보기술과 신에너지 영역을 주축으로 하는 미래 산업 부문에서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자급(自給) 기술 확보 전략 추진이 불공정 행위를 수반하므로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단기간에 첨단 기술 및 핵심 장비 영역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부당한 기술 이전을 요구해 왔으며, 미국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을 통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4차례에 걸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적용 사례를 보면,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간의 협상 과정을 거쳐 결국은 타협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미국과 중국은 협상을 통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설비 및 기술 도입 확대와 미국 기업의 이익 보장을 약속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범위와 세율을 적절히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다. 미·중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은 무역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 시장을 확보하려는 비즈니스 전략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문제는 미·중 간 갈등구조를 전제로 한 우리의 대미(對美), 대중(對中) 통상 협상 자세다. 우리가 미국의 통상 전략을 중국 견제용으로 보고 우방인 한국의 처지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쿼터 할당으로 관세 면제를 대신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환율 문제는 물론 주한 미군 분담 비용 증액과 북한 핵문제까지 줄줄이 연계한 ‘한국 맞춤형’ 전략으로 강공책을 구사했다. 이제 한·미 관계의 건강한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에 대비한 우리식 ‘미국 다루기’에 천착할 때다.
중국에 대해서도 북핵 관련 중국의 역할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관계 등 정치적 고려에 치중한 나머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보복 철회 등의 단순한 ‘원상복구’를 희망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과 협상 과정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한·중 간 이해관계의 접점을 모색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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