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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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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聖)금요일’인 30일 오후 각국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예수의 십자가 수난을 기리는 의식을 행하며 옛날 ‘빌라도 법정’이 있던 곳에서 골고다 언덕까지 함께 걸었다. 이 길은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불리는 ‘십자가의 길’이다. ‘슬픔의 길’ ‘고난의 길’이라고도 한다.

‘비아 돌로로사’라는 명칭은 2000여 년 전 예수가 재판을 받은 곳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해 걸었던 약 800m의 길과 언덕에서 처형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아우르는 표현이다. 폭 2m 남짓한 이 길에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 14곳이 있다. 1~9지점은 예수가 세 번이나 쓰러지며 걸었던 길, 마지막 10~14지점은 성묘교회 안에 있다.

출발점은 예루살렘 성의 동문 부근에 있는 옛 빌라도 총독의 재판정이다. 지금도 관저 뜰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놓여 있다. 무게는 약 70㎏으로 그때와 같다고 한다. 도심 거리를 벗어나 골고다로 향하는 2지점은 로마 군사들이 가시관을 씌우고 붉은 옷을 입히며 희롱했던 곳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 쓰러진 3, 7, 9지점에는 교회가 지어져 있다.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를 만난 곳과 시몬이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곳, 성 베로니카 여인이 물수건으로 예수의 얼굴을 닦아준 곳도 차례로 지난다. 8지점은 예수가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고 했던 곳이다.

이 ‘십자가의 길’은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상징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의 역사를 살찌운 정신적 자양분이 됐다. 유럽의 법과 교육체계는 기독교적 세계관 덕분에 정교해졌다. 근대법도 교회법의 기반 위에서 확립됐다.

종교학자 토머스 우즈 주니어는 “근대경제학을 창시한 주인공은 애덤 스미스보다 200여 년이나 빠른 16세기의 스페인 신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잘못된 노동가치론과 같은 스미스의 오류를 범하지 않고 화폐와 시장가격, 기업가 정신, 은행업 등에 관한 이론을 이미 정립했다는 것이다.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의 여정도 ‘해상 비아 돌로로사’로 불린다. 서양의 발전을 이끈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그 길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 성금요일을 영어권에서 ‘좋은 금요일(Good Friday)’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일은 예수가 이 땅에 다시 온 부활절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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