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2004년 통상본부장 맡아 한·미 FTA 타결 이끈 주역
10년 만에 같은 자리 복귀
한달 내내 워싱턴 강행군
車에서 양보 있었지만 철강 관세폭탄 면제 성과
개정협상 성공적 마무리
철강쿼터 피해 만만찮고 환율 패키지 딜 의혹까지
전문가들 부정적 평가도
[ 이태훈 기자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산파(産婆)다. 2003년 40대 중반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외교통상부 1급으로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2004~2007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FTA 체결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통상교섭본부를 떠난 그는 정확히 10년 뒤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다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를 두고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몰아세우며 재협상하겠다고 벼르던 시점이었다. 언론은 그를 ‘구원투수’라고 불렀다. 문 대통령은 김 본부장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했다.
지난 1월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한·미 FTA 개정협상과 연계시키겠다고 하자 일은 더 꼬였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지난 26일 한·미 FTA 개정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다. 개정협상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이다.
한국은 미국 수출 철강의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다.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할당량)를 받아들였다. 올해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은 2015~20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산 픽업트럭(소형트럭)에 대한 미국 관세 철폐 시기를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늦추고,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않아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수입할 수 있는 미국산 차를 제작사별로 2만5000대에서 5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잘했다’고 보는 쪽에선 “한국이 일방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 스스로도 이번 개정협상의 최대 성과로 “(빠른 협상 타결로)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을 없앴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20개가 넘는 나라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데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쪽박을 차는 것”이라며 “한국이 제일 먼저 철강 관세 면제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협상팀이 지독하게 협상했다”고 만족해했다. 김 본부장은 협상이 본격화된 이달 내내 거의 미국에 살다시피 하며 미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한국 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도 회의 참석 후 곧바로 워싱턴행 비행기를 타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김 본부장이 아니었으면 이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통상 전문가들은 “일방적으로 너무 많이 양보한 협상”이라고 혹평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쿼터를 설정하면 초과 분량에는 25% 관세를 물어도 아예 수출을 못 한다”며 “차라리 저율할당관세 방식(할당량 초과분에 고율 관세를 물고 수출)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협상을 끝내고 개선장군처럼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얻어낸 게 없다”며 “한국 철강 제품의 80% 이상이 이미 반덤핑 관세를 맞고 있는데 이를 없애는 성과 같은 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한·미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환율 개입 억제’를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협상 결과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 교수는 “한국 정부는 환율 문제가 FTA와 무관하다고 해명하지만 미국이 이미 패키지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이 다른 나라에 ‘한국도 했으니 너희도 하라’는 식으로 들이밀면 우리가 국제적으로 곤란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을 마친 김 본부장은 곧바로 한·중 FTA 후속인 서비스 무역투자협정,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 신시장과의 FTA 체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한·미 FTA 개정협상만큼 만만치 않은 이슈다. 김 본부장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쏟아진 비판을 향후 행보를 통해 불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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