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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집값담합·미끼매물 얼마나 심하길래…허위매물 신고 사상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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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진다" 입주민이 무더기 허위매물 신고
중개업소 미끼 매물도 여전…집주인 회유하기도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의 경우 한 단지에서만 수백 건의 신고가 이뤄졌다. 이들 지역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의도적으로 집값을 올리기 위해 호가가 낮은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한 것이다. 위례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정 가격 이하라면 정상 매물도 닥치는 대로 신고하는 통에 매매 거래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손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저가의 미끼 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가 허위매물 신고를 당하는 사례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가격엔 안 돼”…동탄2·위례 입주민이 압력

29일 포털사이트 부동산 매물을 검증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올해 들어 허위매물 신고가 급증하는 중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에 노출된 부동산 매물 허위신고 접수량은 1월 7368건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엔 9905건으로 1만 건에 육박했다. 월 단위 집계로는 사상 최고다. 지난해 월 평균(3272건)과 비교하면 3배가량 높다.

허위매물 신고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배경엔 특정 지역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의 호가 담합이 있다는 분석이다. KISO 관계자는 “용인과 화성, 하남 등 일부 지역 입주민들이 집값을 올리기 위해 인터넷 카페 등에서 조직적인 담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정 가격 이하의 매물이 등록되면 해당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없애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입주가 진행 중인 동탄2신도시와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으로 허위매물 신고가 많은 지역이다. 내년 2월 입주하는 ‘힐스테이트동탄’은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많은 268건의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됐다. 올여름 입주하는 ‘동탄파크자이’는 전체 가구수(979가구)의 4분의 1가량인 246건이 신고됐다. ‘한신휴플러스(137건)’ 역시 신고 건수가 많았다.

위례신도시에선 입주민들의 허위매물 신고 때문에 매매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 ‘위례사랑으로부영55단지(151건)’와 ‘위례롯데캐슬(133건)’은 각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지만 매물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중이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매물은 각각 4건과 7건이 전부다. 위례롯데캐슬의 경우 1월만 해도 51건의 실거래가 신고됐지만 2월엔 거래량이 4건으로 급감했다. 이달 들어선 한 건도 실거래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위례 A공인 관계자는 “정상매물을 올려도 입주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작위 신고를 하고 있다”면서 “일대 중개업소들은 아예 매매거래를 포기하고 전·월세 거래만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급매로 집을 팔아야 하는 매도자들도 매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장 교란이 도를 넘어서면서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 1만건 가운데 적발은 32건

허위매물 신고는 포털사이트 계정(ID)당 월 5건까지만 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로 인터넷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적인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 등의 ID를 대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에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매물은 즉시 광고노출에서 제외되고 중개업소는 신규 매물등록이 제한된다. 정상매물임을 소명하기 위해선 전화 유선검증과 클린매물관리센터 직원의 현장검증 등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소명 과정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신고 즉시 자진해서 허위매물로 처리한다. 하지만 자율처리의 경우에도 3회가 누적되면 일주일 동안 신규 매물등록을 할 수 없다.

클린매물관리센터에서 현장검증까지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평균적으로 신고건수의 10% 내외다. KISO 관계자는 “중개업소 자율처리 비율이 높고 유선검증 단계에서 조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된 9905건 가운데는 413건(4%)만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실제 허위매물로 판정을 받은 건 32건에 머물렀다.


허위매물 신고 압력을 견디지 못한 중개업소에서 지역 주민들을 고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5일 서울 동부이촌동 49개 중개업소 대표는 지역 주민들을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모욕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관련기사 : 호가 낮춘 중개업소 '협박'…실거래가보다 2억 이상 높인 매물만 등록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아파트 부녀회 등 입주민들이 주도하는 집값 담합을 처벌할 수 있도록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현행 법률은 담합의 주체를 사업체나 사업체 단체로 한정한 까닭에 입주자들이 중개업소를 압박해 가격하한선을 정하는 형태의 담합을 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업무방해죄를 준용한 법규를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법을 통해서라도 예방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끼매물 여전히 기승

허위매물 신고 증가는 호가담합 때문만은 아니다. 중개업소에서 수요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등록한 미끼 매물도 여전히 많다. 이 같은 허위매물은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지만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최근 잠실에서 ‘갤러리아팰리스’ 전세를 알아보던 김모 씨는 “포털사이트엔 전세매물이 널렸지만 막상 찾아가면 ‘조금 전에 나갔다’는 답만 돌아온다”면서 “같은 매물을 여러 중개업소에서 등록하는데 거래 여부를 상호 확인하지 않는 까닭에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개업소에서 허위매물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수도권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A씨는 “집을 거래했던 중개업소에서 이사 직후 우리 집을 매물로 등록해도 되겠느냐는 제안을 했다”면서 “‘피해가 없도록 알아서 잘 조치하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기에 단칼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매물 등록은 집주인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다. 일부 중개업소에선 가진 매물을 숨기기 위해 비슷한 다른 집을 올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문의가 왔을 때야 비로소 해당 물건을 알려주거나 보여주는 식이다.

포털사이트 부동산 서비스 제휴업체 관계자는 “집주인 확인으로 표시된 매물의 경우 유선을 통해 매도 의사가 검증된 경우여서 매물의 진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인터넷으로 집을 알아볼 땐 되도록 집주인 확인 매물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헛수고를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중개업소에서 매물을 등록할 땐 동·호수까지 입력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는 것도 문제”라며 “매물의 정확한 위치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중복매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집주인들은 공개를 꺼리고 포털사이트도 이 같은 조치에 미온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상 최대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허위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ISO 관계자는 “입주가 집중돼 중개업소 간 경쟁이 심화되는 지역의 경우 허위매물이 급속히 증가할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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