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성 건설부동산부 기자 ihs@hankyung.com
[ 이해성 기자 ] 27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도시재생 로드맵엔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었다. 지난해 수차례 밝힌 사업계획에서 이름만 바꾼 경우가 많았다. 기존 중심시가지형·경제기반형 재생사업을 ‘지역혁신거점’ ‘도시재생어울림플랫폼’ 등으로 정의한 게 대표적이다. 지역주민 교육프로그램은 ‘도시재생대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했다. “새로운 내용이 무엇인가”라는 기자단의 질문이 빗발치자 국토부는 “당정 협의가 끝나고 나서 상세하게 설명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나마 새 사업으로 내놓은 것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임팩트펀드 도입은 새로운 계획이긴 하다. 선진국에서 민간업체를 공적 개발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쓰는 금융기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발이익의 사업자 귀속’을 배제하는 도시재생 원칙을 제시하고 있어 민간이 참여할 동인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 재원은 국민의 쌈짓돈으로 조성한 주택도시기금과 재정이 대부분이다. 공적 재원을 남발해 민심을 자극하는 정책을 반복해서 발표하기보단 자금력 있는 민간업체를 참여시켜 몇 곳이라도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딱히 새로울 것 없는 도시재생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여당이 생색내기에 나선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A의원은 “27일 오전 당정 협의가 끝날 때까지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마라”고 국토부를 압박했다. 중요 발표자료는 기자단에 미리 배포해 기자들의 이해를 돕는 게 관례인데도 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도시재생 뉴딜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강하게 심기 위한 의도란 해석이 나왔다.
기자단이 반발하자 지난 26일 A의원이 이를 철회했고 국토부는 공식 발표에 하루 앞서 기자들에게 자료를 배포했다.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겠다는 도시재생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도시재생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나눠 먹기’ ‘말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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