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측 "이윤택 고소인 4명, 금품 요구 협박"
배우 곽도원이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고소한 성폭력 피해 연극인들로부터 금품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곽도원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임사라 변호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윤택 고소인 17명 중 4명을 곽도원과 함께 만났다"며 "곽도원이 연희단거리패 후배들로부터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어젯밤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금품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곽도원은 지난 2월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즉각적인 반박으로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임 대표는 "그들은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나가지 않느냐, 다 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내가 (이윤택 고소인단) 17명 전체를 돕거나,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내겠다고 하자 (4명은) 버럭 화를 냈고, 그 뒤 곽도원에게 '피해자들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 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허위 미투 사건 이후 상처는 남았다.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고 영화 촬영 일정도 한 달 이상 미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지 않은 것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withyou 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미투운동의 흥분에 사로잡힌 것 같다. 사회 전체가 조화롭게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하 임사라 대표글 전문.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변호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생겼습니다. 관할 기관이 검찰청이라는 것 외에는 담당자도, 보수도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을 때였지만 기꺼이 신청하고 첫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되었죠.
대전에 변호사 수가 500명이 되가는 상황에서, 신청자는 20명. 그 중에서도 여자변호사는 4명이어서 2년동안 대전 지역 성범죄 사건의 3분의 1 이상이 제 손을 거쳐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한달에 50건 이상 사건을 했지만, 정작 저를 지치게 만든 건 업무량이 아닌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었습니다.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목소리, 말투만 들어도 이건 소위 꽃뱀이구나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로 촉이 생기더군요.
변호사를 그만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어온지 이제 두 달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표가 됐단 소식이 나가고 얼마 되지않아 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곽도원 배우 허위 미투. 스티브잡스가 ‘connecting the dots’란 말을 했었죠. 점처럼 찍어왔던 무관한 경험들이 하나의 선이 되었다는.. 홍보회사 출신, 변호사, 성폭력 전담 업무.. 이 경험들이 다행히 하나의 선을 이루어 해프닝을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제 곽배우가 연희단거리패 후배들(이윤택 고소인단 중 4명)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힘들다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선배로서 도울 수 있습니다. 돕고 싶었습니다. 어젯밤 만나기로 약속했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변호사인 제가 그 자리에 함께 나왔단 사실만으로도 심하게 불쾌감을 표하더군요.
그 분들 입에서 나온 말들은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곽도원이 연희단 출신 중에 제일 잘나가지 않냐, 다같이 살아야지, 우리가 살려줄게(???!!!!!)
안타깝게도... 촉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의 마음을 알기에, 저는 이 자리에 있는 4명의 피해자 뿐만 아니라 17명 피해자 전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스토리펀딩을 해보는건 어떠냐, 그럼 거기에 우리가 나서서 적극 기부를 하겠다, 스토리펀딩이 부담스러우면 변호인단에 후원금을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걸까요..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줄 아냐면서 싫다고 버럭 화를 내더군요. 그 후,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배우에게 피해자 17명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건 우리 넷뿐이니 우리한테만 돈을 주면 된다. 알려주는 계좌로 돈을 보내라. 고 했다더군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오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가 왔습니다. 불쾌했다 사과해라.. 뿐만 아니라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할법한 협박성 발언들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너도 우리 말 한마디면 끝나’라는 식이죠. 이런 협박은 먹힐리가 없습니다. 뭔가 걸리는 일이 있었다면, 여기에 글을 쓰는게 아니라 그들 말대로 돈으로 입부터 막아야 했을테니까요.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부끄러웠고, 마음을 다친 내 배우와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 분들을 만나고나서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언론에 제보를 할까, 공갈죄로 형사고소를 할까, 우리 배우가 다시 이러한 일로 언급되는게 맞는 일일까. 무엇보다도 나머지 피해자들의 용기가, 미투운동이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곽도원 배우에 대한 허위 미투 사건 이후,상처는 남았습니다.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이 취소되기도 했고 영화 촬영 일정도 한 달 이상 미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지 않은 것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withyou 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제보나 형사 고소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지속한다면 자신을 헌신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던 분들의 노력까지 모두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변화에는 진통이 수반됩니다. 저는 미투운동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제가 겪은 혐오스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변화에 따른 일종의 진통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미투운동의 흥분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미투운동이 남자 vs. 여자의 적대적 투쟁이 되어버렸죠. 이번 일을 보면, 미투운동은 남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에 이용당하고 성을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것을 또다시 이용하는...저는 미투운동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사회 전체가 조화롭게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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