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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동맹과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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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동맹(同盟)의 역사는 ‘공동의 적(敵)’으로부터 시작됐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델로스 동맹도 페르시아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 역시 이를 견제하기 위한 도시국가 연합체였다.

동맹의 궁극적인 목적은 집단적인 안전보장이다. 현실적인 적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적성국가까지 염두에 둔 개념이다. 미국과 유럽 열강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 진영에 대항해 동맹을 맺었다. 이후에는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국가들을 견제할 목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결성했다.

동맹은 단순한 친분 관계와 다르다. 친하지 않은 나라끼리도 공동의 적 앞에서는 힘을 합친다. ‘동맹의 역전’이나 ‘적과의 동침’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전쟁(1740~1748)에서 영국은 오스트리아 편에서 프랑스·프로이센과 맞섰다가 이어진 7년전쟁(1754~1763)에서는 프로이센과 손을 잡았다.

경제 분야에서도 동맹의 역할은 크다. 13~15세기 독일 북부에서 발트해 연안에 이르는 100여 개 도시의 상인연합체 ‘한자동맹’ 역시 그랬다. 이들의 기반은 해운업이었다. 해상 거래와 관련된 주요 법규들은 한자동맹의 관습에서 유래했다. 해운동맹의 시초인 캘커타(현 콜카타)동맹도 한자동맹의 유산이다.

국제교역이 늘어나면서 국가 간, 경제블록 간의 힘겨루기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에 대해 유럽연합 등은 “누가 적이냐”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친구와 적을 구별하기 어려운 ‘프레너미(friend와 enemy의 합성어) 시대’의 단면이다.

북한 문제에 관한 트럼프의 외교노선은 강경하다. 어제 외신들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 발탁된 ‘초강경파’ 존 볼턴의 대북 인식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였던 볼턴은 회고록 《항복은 선택이 아니다》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등 협상파가 북한·이란 정책에서 항복했다”고 질타했다. 볼턴이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핵 합의를 속였고 앞으로도 속일 것이므로 동맹과 적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도 주목된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방한 때 국회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트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국제정세가 요동치더라도 6·25 후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북핵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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