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뇌물액 110억여원… 법원 "중대한 범죄"
5월 재판 시작… 치열한 법리다툼 예고
한국당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구속"
[ 김주완/신연수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자유한국당은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구속시켰다”고 논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역사와 국민 앞에 모든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사법연수원 26기)는 22일 오후 11시6분에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전 10시 피의자 심문 절차를 생략하고 서류심사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지 13시간 만이다. 재판부가 8만 쪽이 넘는 검찰 수사기록과 100여 쪽 분량의 변호인단 반박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다.
◆법원 “구속 사유 인정된다”
법원이 설명한 주요 구속 이유는 혐의의 중대성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횡령·조세포탈 등 개별 혐의 내용 하나하나만으로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 범죄 혐의라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이 전 대통령 혐의가 박 전 대통령 구속 당시에 적용된 혐의와 비교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담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비 등을 포함해 110억여원에 달한다. 박 판사는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황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박 판사는 법리에 밝다는 평을 듣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단행된 법원 정기인사로 영장전담 업무를 맡게 됐다.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 단독재판부를 맡았을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수사에 불만을 품고 검찰청사에 오물을 뿌린 환경운동가에게 유죄를 인정, 벌금형을 선고했다.
◆4월 기소, 5월 재판 시작 예상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구속한 피의자를 10일(연장 땐 20일) 이내 기소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한다. 검찰은 다음달 11일까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다만 이 전 대통령 구속이 ‘모든 혐의 유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은 유죄가 어느 정도 의심될 정도만 있어도 발부된다”며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의심도 남지 않도록 엄격하게 범죄 사실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 전 대통령 측이 이번 영장 심사보다는 향후 재판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정치 보복의 희생양으로 보여 재판부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재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단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각종 증거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과 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다스가 미국에서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를 상대로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소송비 500만달러(약 60억원)를 대납한 것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와 외교부 등을 통해 다스를 도왔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다스가 300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다스는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이나 민간 부문에서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관련해 지난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행의 ‘방조범(종범)’으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민간 영역 뇌물 수수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특활비 일부를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나라(대북 공작)를 위해 썼고 나머지는 관련자 진술이 모두 허위”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김주완/신연수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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