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홍준표 대표에 '진중한 언행' 등 요구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 ‘반홍(반홍준표)’ 성향 중진 의원들이 22일 홍준표 대표에게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거친 언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주영 나경원 유기준 정우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홍 대표에게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요구사항은 △공석인 최고위원 충원 등 민주적인 당 운영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 제시 △언행을 진중하게 할 것 △인재 영입에 전력투구할 것 등이다.
이들은 홍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 의원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는 것은 당 대표의 리더십 때문”이라며 “전략공천은 취약 지역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 대표가 도를 넘은 행태를 보여 민심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홍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당 대표로서 인재 영입이 잘 안 됐을 때는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지는 모습, 인재를 못 구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본인이 나갈 수도 있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리가 빈 최고위원 3명을 충원해 당 지도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 결원 시 1개월 안에 궐석을 채우라고 돼 있는데 당 대표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등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홍 대표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최고위원 충원 없이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4대 요구사항을 홍 대표에게 직접 전달할 것인지와 관련해 “대표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테지만 자발적으로 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오전 또 만나기로 하는 등 앞으로 정례 회동을 하기로 했다.
당내에선 홍 대표와 중진 의원 간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중진 의원들을 두고 “편안한 지역에서 정치를 해온 극소수 중진이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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