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환구시보 등 관영언론
양회 발언 분석해 정치사상 선전
공산당은 시진핑사상 전파하려
신문·방송·영화 통합한 매체 설립
전인대서도 종신집권 분위기 조성
'인민의 영수' '국가 조타수'로 표현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이 이뤄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끝나자마자 시 주석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관영 언론은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시절 등장했던 ‘어록’ ‘금구(金句)’ 등의 표현을 동원해 시 주석 찬양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관영 TV와 라디오를 통합한 ‘중국의 소리(Voice of China)’를 만들어 중국은 물론 세계에 ‘시진핑 사상’을 전파하기로 했다.
지방정부 당서기에는 시 주석 친위세력이 잇달아 발탁됐다. 시 주석의 종신집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관영 언론이 벌써부터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영 언론, 일제히 시 주석 띄우기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1일 시 주석의 전인대 폐막 연설 전문(사진)을 시 주석 사진과 함께 두 개 면에 걸쳐 보도했다. 연설문을 상세히 분석하는 논평도 함께 실었다.
인민일보는 전날에도 시 주석이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강조한 발언을 정리해 ‘시진핑 총서기의 양회 금구(金句)’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금구는 “공산당 영도를 견지하는 것은 민주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더 광범위하고 더 효과적인 민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큰 건물에는 이를 지탱해 줄 골격이 필요한데 당은 전체 뼈대이고, 당 중앙은 대들보다” 등 주로 시 주석의 정치사상을 선전하는 내용으로 짜였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시 주석이 인민을 향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발언을 바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환구시보는 “시 주석의 전인대 폐막 연설의 핵심 단어는 ‘인민’이다. 인민은 시 주석 집권 이후 모든 정책의 교지이자 논리”라고 강조했다.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전인대 폐막 이후 전인대 대표단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는 장면을 반복해 내보내고, 폐막 연설의 중요 부분을 편집해 집중 보도했다.
전날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폐막식에서 시 주석을 “인민의 영수(領袖),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국가의 조타수”라고 찬양했다. ‘인민의 영수’ ‘국가의 조타수’는 마오쩌둥 시대 때 마오쩌둥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후 개인숭배를 금지하면서 거의 쓰이지 않았다. ‘영수’라는 대목에서는 전인대 대표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미국의 소리’ 본뜬 해외 홍보
중국 정부는 CCTV,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 중국국제방송(CRI)을 통합해 국무원 직속 ‘중국의 소리’란 이름의 매체를 만들기로 했다.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이 매체를 직접 관장할 계획이다.
‘미국의 소리’를 본뜬 것으로 여겨지는 이 매체는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서방 매체에 맞서 적극적으로 중국의 사상과 문화를 전파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뜻에 따라 설립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시 주석은 2015년 당 간부들에게 “나라가 약하면 굴욕을 당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비난을 받는다”고 강조하는 등 중국의 주체적인 사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신념을 설파해 왔다. CRI는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또 당 중앙선전부가 전면에 나서 신문, 방송, 출판,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미디어를 총괄 감독하도록 국가기구를 개편했다. 그동안 국가신문출판방송총국이 이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중앙선전부가 국가신문출판서 국가라디오TV총국 국가영화국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이들 매체를 직접 관리한다. 중앙선전부는 사상 검열은 물론 이들 매체를 적극 활용해 시진핑 사상 등 당과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작업을 할 방침이다.
◆지방정부도 ‘시자쥔’이 장악
지방정부 인사에선 시 주석의 직계 부하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전진 배치됐다. 펑칭화 광시좡족자치구 당서기가 쓰촨성 당서기로 임명됐다. 쓰촨성은 시 주석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지역이다. 광시좡족자치구 서기에서 쓰촨성 서기가 된 것은 실질적인 승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펑 서기는 현 최고지도부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베이징대 철학과 2년 후배로 자오 서기가 중앙조직부장을 지낼 때 함께 일했다. 2014년 다른 성의 당서기들과 함께 ‘시진핑 핵심’을 옹위해야 한다는 연명 제안을 올리기도 했다.
광시좡족자치구 당서기엔 루신서 장시성 당서기가 수평 이동했다. 루 서기 역시 시 주석의 친위세력으로 분류된다.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재임할 당시의 관료 인맥군인 ‘즈장신쥔(之江新軍)’에 속하는 류치 장시성 성장 겸 당 부서기는 당서기로 승진했다. 류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를 지냈을 때 저장성 발전개혁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시 주석을 보좌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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