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라이벌 차종이지만
신모델 출시에도 판매 굳건
"중형 SUV 시장 커졌다는 증거"
[ 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가 출시된 이후에도 경쟁 차량인 기아자동차 쏘렌토의 판매량이 줄지 않고 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표모델인 싼타페와 쏘렌토가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면서 상품성을 끌어올렸고, 그 결과 시장 자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싼타페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7일 이후에도 쏘렌토의 평균 주간 판매량은 1800~20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싼타페 출시 전 평균 주간 판매량(약 1820대)과 큰 차이가 없다. 당장 싼타페 예약판매가 시작된 2월 둘째주에도 쏘렌토는 1800여 대 팔렸다. 2월 셋째주는 설 연휴가 끼어 있다 보니 판매량이 1200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그 다음주 판매량은 2300여 대로 다시 늘었다. 2월 마지막주에는 1800여 대, 지난 5~9일에는 2100여 대가 판매됐다. 쏘렌토 부분변경모델은 지난해 7월 출시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정 차량이 신모델을 내놓으면 그 경쟁차량의 판매량은 줄어드는 게 업계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싼타페는 출시 17일 만에 계약건수가 2만 대를 돌파하는 등 국내 SUV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싼타페와 쏘렌토가 성능 경쟁을 거듭하면서 중형 SUV 시장 자체가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그룹에 속해 있지만 한국 내수시장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라며 “쏘렌토와 싼타페 같은 볼륨모델(대량 판매모델)은 경쟁차량의 성능을 뛰어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고 말했다. 신형 싼타페는 세계 최초로 안전 하차 보조와 뒷좌석 승객 알림 기능을 도입하는 등 안전 관련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주행 성능도 중형 SUV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쏘렌토도 국산 중형 SUV 중 처음으로 8단 자동변속기와 전방추돌경보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부분 혹은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아왔다.
다른 완성차업체도 중형 SUV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1월 픽업트럭 형태의 중형 SUV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현재 계약대수만 1만5000대가 넘는다.
쌍용차가 내놓은 차량 중에 초반 성적이 가장 좋다. 한국GM은 2분기에 쉐보레 에퀴녹스를 수입해 판매한다. 에퀴녹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 29만458대 팔린 대표 모델 중 하나다. 에퀴녹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중형 SUV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SUV의 단점인 불편한 승차감, 소음과 진동 등이 대부분 사라져 SUV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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