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뇌과학 중장기 계획인 ‘제3차 뇌연구 촉진 기본계획’을 최근 공개했다. 2027년까지 뇌연구 분야에서 누적 피인용 횟수 100회 이상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100건 이상으로 늘리고, 매출 500억원 이상 뇌산업 기업을 10곳 이상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가 연구와 산업 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없이 청사진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 뇌과학 산업화와 기초 연구 수준은 미국 일본 등 경쟁국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국내에서 연간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뇌 관련 기업이 네 곳에 불과하다. 2010년부터 4년간 한국 신경과학 SCI 논문의 피인용 횟수도 5.61회로, 세계 평균(7.93회)에 크게 못 미친다. “실행이 의문시되는 계획보다는 기초 연구 등을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밋빛 청사진과 연구자금은 넘쳐나지만 한국 기초과학 역량은 기대 이하다. ‘2040년 과학기술 청사진’ ‘생명과학 육성 청사진’ 등 작년 말부터 지난 2월까지 발표된 과학 분야 청사진만 20여 개에 이른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R&D투자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절대 R&D 금액을 기준으로 해도 6위다. 이에 비해 과학기술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인 논문인용 지수는 세계 31위에 불과하다. 청사진을 구체화할 전략도, 연구 성과를 점검할 시스템도 부족한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민낯을 보여준다.
사후 점검과 보완책 마련은 영속성이 강한 주요 연구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철저한 성과 분석이 가능한 ‘마일드 스톤 방식’을 도입하자”는 과학계 일각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로 시행 중인 이 방식은 중장기 프로젝트를 10여 개로 세분화하고, 각 단계가 성공해야 후속 연구를 맡긴다. 국내 과학계의 고질적 문제점인 ‘프로젝트 나눠먹기’와 ‘연구를 위한 연구’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후 점검만 제대로 해도 청사진들이 허황한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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