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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엄마 현실 육아] (20) '행복한 청소부' 응원해야 하는 엄마란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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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지혜롭고 현명하고 예쁘고 남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아이가 태어나던 그 순간 손가락 발가락 수를 세어보며 온전한 그 형태만으로 얼마나 기뻤던가. 하지만 아이가 성장해 감에 따라 부모의 욕심도 덩달아 커져만 간다.

뱃 속에 있을때 땡기는 음식부터 달랐던 두 딸은 자라면서 그 성향도 180도 다르다.

첫째는 주말에 눈만 뜨면 자고 있는 엄마부터 깨울 정도로 끊임없이 타인과의 교감(?)을 중시한다.

늘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도 민감하면서 활동적인 놀이를 좋아한다.

반면 둘째는 내가 깨보면 어느새 혼자 일어나 사부작사부작 놀고 있기 일쑤고 레고나 블록 등 손으로 만드는 걸 즐긴다. 남이 뭐라 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 한마디로 '매우 쿨한' 꼬마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마트에 가서 '골라봐'라고 하면 첫째는 1시간이 지나도 '엄마는 이게 좋아? 저게 좋아?' 고민하느라 결정을 못 내리고, 둘째는 처음 마음에 든 장난감으로 2분 이내에 결정해 버린다.

이렇게 극명한 차이를 눈으로 지켜보자니 과연 이 아이들은 커서 어떤 일에 종사하고 어떤 사람이 될지 궁금해졌다.

몇 년 전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질문을 던졌다. 역시나 첫째는 "엄마는 내가 뭐가 됐으면 좋겠어? 가수 할까? 아님 뭐가 좋을까"한다.

둘째는 망설임도 없이 "엄마 난 꽃다발이 되고 싶어"란 답을 들려줬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아이에게 꽃다발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니 주책맞게 눈에 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이다.

"와 멋진 꿈이네. 꽃다발~"하며 엄지 척 해줬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자 다양한 직업군을 접해 본 아이의 대답은 격이 달라졌다.

첫째는 아직도 자기가 가수에 소질이 있는지 고민인 가운데 둘째의 대답이 파격적이다.

"난 어부가 되고 싶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연어도 잡아주고 오징어도 문어도 잔뜩 잡아 줄거란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돈만 있으면 맛있는 오징어 문어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다구!!!'

목구멍까지 차오른 이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다음 주말엔 낚시카페라도 가서 낚시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려줘야 하려나.

어부가 되고 싶었던 딸의 현재 장래희망은 창문닦이 청소부다.

"난 창문 닦는 사람이 되고 싶어. 높고 높은 빌딩에 올라가서 창문이 반짝반짝해지게 닦을래."

'헉.'

어부란 꿈을 들려줬을때보다 더욱 커다란 실망감의 파도가 몰려왔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건 이론으로 알고 있고 아이들 장래희망은 시시때때로 변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듣는 순간 표정관리가 안된다.

그 많고 많은 직업 중에 하필이면 창문 닦는 일이라니.

인명사고도 많고 위험해서 곧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는데.



'내 아이는 특별하다, 내 아이는 남보다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내 욕심이 어린 아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그..그래...멋지네. 세상이 한 눈에 내려다보여서 멋있을 것 같아."

아이들 스스로 의사, 판사 등의 꿈을 가지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까 생각해 본다.

아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 넌 동물을 참 좋아하니까 장래 꿈으로 수의사는 어때'라고 은근슬쩍 추천할 땐 내 추한 욕심이 드러나는 것 같아 슬며시 부끄러웠다.

이같은 부모의 암묵적인 강요와 바램이 아이들의 꿈을 꽃다발, 창문닦이, 어부에서 공무원, 의사, 교사 등으로 바꾸고 있는 건 아닐까.

10년 후에는 지금 있는 직업의 50% 가까이가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고 한다.

"로봇은 국·영·수를 잘해요. 인간은 다른 걸 해야죠."

로봇공학자 한재권 교수의 말대로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하게 될 우리 아이들.

독일 청소부 아저씨를 다룬 책 '행복한 청소부'처럼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들고 재미없는 공부를 하거나 출세를 위해 지식을 쌓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 다 시키는 공부를 안 시킬 수도 없지 않은가.

벌써부터 시간 여유 많았던 어린이집 시절이 그립다는 아이를 보면 어떤 교육이 과연 아이 스스로 행복한 배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지 고민스럽다.

청소부든 어부든 스스로 좋아서 즐기는 것이 결국 행복이란 걸 머리로는 아는데 지금 같은 교육 현실에서 계속 쿨하게 응원해 갈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심신을 단련해가며 아이와 같이 커가는 좋은 엄마되기, 생각보다 극한직업이다.



워킹맘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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