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병리현상을
경제생태계 변화와 연결해 분석
두 번의 큰 경제위기 겪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위기에 직면
'표'만 좇다 수렁에 빠진 정권 많아
'이념의 덫'에 빠진 정치권 각성을
한국의 경제생태계 / 니어재단 편저 / 21세기북스
스페인 제국의 흥망성쇠에 관한 기록들을 읽다 보면 말기에 제국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위기 해결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는 정치적 역량에 달려 있다. 정치력이 없는 국가는 위기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동북아시아 연구를 목적으로 2007년 설립된 순수 민간 싱크탱크 니어재단이 펴낸 《한국의 경제생태계》는 한국 경제의 병리 현상을 경제생태계 변화와 연결시켜 분석한 전문가 14인의 분석 및 진단을 묶은 책이다. 대표 편집을 맡은 정덕구 이사장은 현재의 한국 경제를 이렇게 진단한다. “그동안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지만 이들 위기는 국민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크게 주지 못한 채 우리는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위기 요인을 계속 축적해 왔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구체적으로 이렇게 전망한다. “우리에게 찾아올 다음 위기의 형태는 정치, 사회, 경제 각 부문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국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를 정치가 막으려다 재정 파탄을 일으키는 악순환적 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구 기관들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독립적인 기관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연구진은 생성과 성장, 쇠퇴와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한 사회가 부문별로 안고 있는 문제는 자연생태계와 비슷하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생태계 내부에서나 생태계 사이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국 병리현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병리현상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치유될 수 없을 정도의 구조적인 문제로 불거진다. 이때 정책 담당자들은 금리정책이나 조세정책 등으로 치유하려고 시도하지만 대부분 미봉책에 그치고 근본적인 환부는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경제 생태계의 침하를 부추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 가운데 으뜸에 대해 저자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오랫동안 정치가 경제의 상위 개념으로 군림하면서 경제가 과잉 정치화, 과잉 이념화의 덫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구체적인 증세에 대한 설명을 더한다. “정치생태계는 5년 단임 정치의 권력형 생태계로서 국가 비전의 시계를 단기화하고 모든 것을 임기 내에 끝내려는 조급함으로 긴 안목에서 장기계획을 가지고 여러 정권에 이어져야 할 국가 프로젝트가 점점 사라지게 됐다. 그저 임기 내에 얻을 표만 바라보고 가다가 수렁에 빠진 정권이 많다.”
저자들의 이런 문제 인식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국가경영에서 통치구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사회 특유의 과잉 이념화가 영향력을 발휘함으로써 누군가 등장하고 나면 진영이 나뉘고 격렬한 투쟁이 전개된다. 이 책은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위기 상황의 전개에 맞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룬다. 미리 대비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는 책이기도 하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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