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고용 절벽'
통계청 2월 고용 동향
정규직화·근로시간 단축 등 반시장 정책 '역풍'
도·소매·숙박·음식·서비스업 종사자들 직격탄
실업자 두 달째 100만명대… 청년 체감실업률 22.8%
[ 임도원/오형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내세운 1호 과제는 일자리위원회 출범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며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정부는 곧바로 일자리용 추가경정예산 11조2000억원을 편성하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활성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일자리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든다’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최저임금의 역대 최대 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 민간 일자리를 옥죄는 정책을 펴온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만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민간부문 일자리는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많이 받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성동조선해양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충격까지 더해질 경우 고용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취약계층 ‘직격탄’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음식점 종업원, 편의점 직원, 아파트 경비원 등 취약계층이 몰린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에서만 14만5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도매 및 소매업은 9만2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은 2만2000명,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은 3만1000명의 일자리가 각각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크게 받은 업종이다.
이에 따라 월평균 30만 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 폭은 3분의 1 토막이 나며 8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그나마 공공부문 채용 확대에 힘입어 간신히 10만 명대에 턱걸이했다. 지난달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 일자리는 5만9000명 증가했다. 근로형태별로도 최저임금 영향이 적은 상용근로자가 43만3000명 늘어난 반면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임시, 일용직 근로자가 각각 18만2000명, 8만5000명 감소했다. 자영업자도 4만2000명 줄었다.
◆실업자 126만 명 넘어
제조업 고용도 크게 악화했다. 지난 1월 10만6000명이 증가한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실업자 수는 126만5000명으로 두 달 연속 100만 명대를 보였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 ‘아르바이트’ 등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해 집계하는 체감실업률은 22.8%에 달했다. 전년 동기나 전월 대비 다소 낮아졌지만 공무원 시험 일정이 2월 말로 늦춰지면서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따라서 3월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취업 준비자로 나오면서 청년 실업률 통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반(反)시장 정책이 낳은 참사”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고용 악화에 대해 “2월 기온이 크게 하락하면서 경제활동 참여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데 따른 특이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 옥죄기 정책이 낳은 참사’로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법인세 인상, 노동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폐기 등 일자리 창출과 역행하는 정책이 잇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부 일자리 대책이 구조적 문제를 풀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즉흥적 처방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년간 21개 일자리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는 “저소득층 고용을 개선하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시장 원리에 어긋난 정책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취약계층 고용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오형주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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