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3일부터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통제가 강한 중국에선 양회 기간 내내 철통 보안이 지속되는데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인민대회당 주변에선 무장경찰이 삼엄한 경계 속에 얼굴인식 장치를 설치해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있는 모든 유흥주점은 양회 기간 문을 닫습니다.
올해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수정을 앞두고 중국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 여론이 나오자 예년에 비해 보안 강도가 훨씬 세졌는데요. 급기야 중국 경찰은 식당에 외국인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베이징 경찰 당국은 베이징의 주요 대학가 주변 식당과 카페 등에 “외국인 열 명 이상을 동시에 받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인민대 등이 몰려 있는 우다커우(五道口) 지역의 식당과 카페, 술집이 집중 단속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한 가게 주인은 “경찰이 전인대가 폐막하는 이틀 뒤인 22일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에 외국인 손님을 한꺼번에 열 명 이상 출입시키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피자 가게 주인은 “저녁 8시 이후 오는 외국인은 아예 받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며 “매일 밤 경찰이 단속을 위해 순찰을 돌고 있으며 이를 어기는 가게엔 즉시 영업 폐쇄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우다커우의 한 커피숍 입구에는 외국인 손님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이 붙었습니다. 이 커피숍 매니저는 “전인대가 시작된 지난 5일 경찰이 이런 통지를 해왔다”면서 외국인 출입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외국인 출입 제한 조처를 내린 지난 5일은 개헌을 통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폐지 방안이 알려지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이 높아지던 시기였지요.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는 중국에서 외국인을 통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에 대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에서도 비판 여론 분출을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 관련 검색어인 ‘시황제’, ‘위안스카이’(스스로 황제에 오른 인물), ‘종신제’ 등의 검색이 모두 차단됐습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가능케 하는 헌법 수정안은 지난 11일 99.6%의 압도적 찬성률로 전인대를 통과했습니다. 한 외국인 유학생은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한 지 40년이나 됐는데도 아직도 외국인을 체제를 위협하는 불순 세력으로 보는 것 같아 씁씁하다”고 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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