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평양회담 합의했지만
클린턴, 평양행 미루고 중동으로
임기 말 추진으로 동력 약화
2018년엔 성사될까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 추진
중간선거 등 위해 적극 나설 수도
[ 조미현 기자 ] 오는 5월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이 대화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국 정상은 2000년 회담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은 18년 전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진 상황 때문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처음으로 추진됐다. 당시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만남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그해 7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다. 김정일은 조명록을 통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친서를 전달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즉각 평양을 방문했다. 김정일을 만난 올브라이트 장관은 그해 12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중동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방북을 미루고 중동으로 향했다. 평양에서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 김정일의 미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김정일은 이를 거절했다고 올브라이트 장관은 훗날 밝혔다.
전문가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 말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동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집권 2년차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는 데 적극적일 수 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인 것은 18년 전과 비슷하다. 북한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고난의 행군’으로 일컬어지는 대(大)기근을 겪었다. 북한 외무성이 공식 인정한 사망자 수만 22만 명에 달한다. 비공식적으로는 300만 명이 사망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의 북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무역이 위축되는 등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미국은 18년 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백악관은 “평양에서 회담이 열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판문점과 북·미 회담을 돕겠다고 선언한 스웨덴, 중립국인 스위스 등이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스위스 스웨덴 제주도 등의 장소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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