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증권부 기자 cosmos@hankyung.com
[ 박종서 기자 ] “저희야 운용자산이 늘어나니까 좋지요. 하지만 이러다 사고가 한 번 크게 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요즘 은행이 적극적으로 팔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신탁상품을 두고 속내를 이같이 드러냈다. ETF 신탁상품이란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의 지수 등락률에 비례해 수익과 손실이 발생하는 ETF를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재포장한 금융상품이다.
은행은 ETF와 같은 유가증권을 직접 팔 수 없어 신탁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지난해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한 달 만에 목표수익을 달성한 사례가 잇따라 나오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ETF 신탁이건 일반 ETF건 간에 돈이 몰리면 자산운용사 수익은 늘어난다. 그런데도 이 자산운용사 임원이 속으로 조마조마해 하는 건 은행이 이 상품의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이 신탁으로 판매하는 ETF엔 레버리지 상품이 포함돼 있다. 파생상품을 이용해 손익이 기초지수 움직임의 두 배 수준에서 결정되는 상품이다. 물론 지수가 떨어지면 손실 규모가 두 배로 커진다. 실상이 이런데도 은행 금융상품 판매 담당자는 “ETF 신탁은 손실 위험이 크지 않은 안정적 상품”이란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금융투자 상품에 익숙하지 않은 은행 고객 가운데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지난 2월 조정장에서 큰 폭의 손실을 낸 투자자가 많다. 물론 ‘은행이 권한 상품이니 별일 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 책임도 있다.
그러나 “은행은 증권사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판매수수료(약 1%)를 받으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금융업계에선 “과거 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분야 등에서 과도한 욕심을 부려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진 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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